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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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0회 작성일 21-08-17 10:32본문
부부夫婦 / 백록
신제주의 도심을 지키는 삼다공원에 가면
종일 침묵을 고집하는 기차가 제자리를 달리고 있다
자칭, 지구를 56바퀴나 돌았다는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
주변머리로 한때 개발의 바람이 화끈하게 불었다는 걸
그 정수리로 활활 불이 붙었다는 걸
이놈은 아는지 모르는지
녹슨 철딱서니 같은 이명으로
귓바퀴 굴리는 순간
신나게 울리던 소리 부부가
그 울림이 오늘따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어느 노랫말처럼 비친다
불불로 애를 태우며
화륵화륵
집구석으로 기어들어가는 외도의 길목으로 마침 여우비가 쏟아지고 있다
플랫폼을 향한 기적汽笛처럼 부부를 거듭거듭 들먹이며
그 울림이 오늘따라 불불로 귀찮게 들썩이며
옳거니, 그렇구나
부부는 뜨겁게 살다 보면 언젠간 불불로 변할 것이요
다 태우고 나면 연기로 뿔뿔이 흩어질 게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그 불불이 언뜻
불가근불가원의 준말인가 싶구나
어차피 우리 부부는 언제부턴가
각방 처지 아니었던가
아무렴, 그렇고말고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냥정신과 나 / 백록
보릿고개 너멍 울 할망 검질 맨 우녕엔
놈삐 한 뿌리는커녕
초마귀노물 그 썹조차도 없었다
코콜헐 수밖에
오죽허민
그럼에도 그 땀으로 찐
쑥대머리 범벅
난 하루아침에 삼켜버렸다
소갈머리 샘창지로
꿀꺽!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아프간 / 백록
역사의 터무니여!
제국의 무덤이여!
이승의 지옥이여!
보라! 저기엔 코로나의 시간은 있으나 마나다
그 안엔 당장의 목숨만 비칠 뿐이다
카불의 공항은 오직
지긋지긋한 역사의 터무니를 떠나는 곳
알량한 제국의 무덤을 벗어나는 곳
탈레반의 지옥을 탈출하는 곳
썩을 대로 썩은 저들의 정권마저 끝내 외면해버린
하수종말처리장 같은 그곳으로
도로 추락하는 나락 같은 나라
찰나의 삶들이여
지구의 아수라장이여
예고된 킬링필드여
아! 아프도다
아프간의 행간이여!
알라의 시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