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양귀비의 빗방울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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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33회 작성일 21-08-19 08:35본문
안국역 25번 출구
구부러진 삼청터널 길을 지나자마자
개양귀비가 빗금 친 반투명 손짓으로
북촌마을에 기지개를 켠다
우산도 쓰지 않은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빗방울 소나타는 지옥을 향해
걸어갔지만 행인들은 소녀의 영혼을 낯선
곳의 이방인인 채 무심했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날아온 멧비둘기가
빗줄기에 젖은 비명으로 소녀의 순례길을
인도하는 사이
나는 그만 빗방울에 흐트러진
소녀의 순결한 영혼을 침범하고 말았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순간이었다
필연에 잠들어있던 늘 상의 고독이
우연이라고 명명한 줄기세포의 오십 년을
초록 발자국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었다
명분을 얻은 나의 시커먼 심장 박동이
소녀의 뒤태를 밟기 시작했다
천 년의 시간이 인사동 길에 들어서자
소녀의 시간도 잠시 멈추고
빗줄기는 장대비로 둔갑해 소녀의 젖은
영혼을 더욱더 세차게 후려 패고 있었다
불현듯 지옥으로 가는 소녀의 눈동자에
금빛 파도가 넘실거렸다
파도가 지옥의 바다를 삼키려 하는
바로 그때 블랙홀에 은둔해 있던
별빛 소실점이 소녀의 맨몸을 휘감아 돌자
마른기침을 삼키며 전율하는 그녀의 몽환
그때 나는 기어이 보고야 말았다
죽어가는 조각별 하나가 소녀의 목덜미에
툭 떨어지는 모습을
개양귀비에 벗겨지는 이십 년 짧은 생의
자줏빛 빗방울 선율을
댓글목록
이중매력님의 댓글
이중매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바람에 가을이 묻어납니다. 안국역 25번 출구를 나가면 인사동입니까? 벌써 한 20년 쯤 됐네요. 가본지가. 세월이 느린듯 빠릅니다. 감사.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은 섹스의 계절인데 25번은 쌩이지만 역에서 비에젖은 생쥐처럼 달려가는
소녀를 보고 측은하면서도 한편으론 따머코싶은 본능은 사실의 기억입니다
비오는날 성범죄가 자주일어나는것도 사실인것같네요
감삽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상을 현실감 있게 그리고 시상의 높음을 향해 구현한 점 삽니다
많이들 작업하는 악성 요괴스러움과 다른 대척점에 서는 것도 새로운 구상입니다
시감이 충족적 환희에 다가서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섬뜩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있었으면 하기도 합니다
성적인 환희에 대한 접근이 추함이 주는 카타르시스에는 못미쳐 아쉬움 줍니다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대비 오는날 누구나 소녀와의 이상적인 노상섹스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은 그렇지 않죠
노상키스는 되는데 노상섹스는 왜안되는지
다만 한가지 분명한건 노밸 작가만이 그것이 가능
그들은 이상을 꿈꾸고 소녀와의 노상섹스도 하고 카타르시스 에
전율한다는 얘기죠
감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