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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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88회 작성일 21-08-20 10:00본문
파문波紋의 꽃 / 백록
나는 꽃 주위를 맴도는 한 마리 벌이다
그 꽃은 그야말로
은하의 씨앗이 태평양 기슭으로 뿌리내려 피운
억겁을 향한 찬란한 꽃
무궁한 꽃이리라
애초의 천길 수심에서 불기둥의 줄기로 지구의 천정을 뚫으며
동방의 중심에서 사방팔방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대우주로 보이지 않는 몸피를 키우며
활짝 피운 파란만장의 꽃
이름하여 한라漢拏다
벌과 나비며 새들은 그 내력을 이미 알고 있는 듯
사시사철 그 터무니로 모여들고 있다
영원토록 지지 않을 천생의 꽃이라는 듯
서로 질 새라 감탄사를 입에 물고
꿀맛 같은 단꿈을 꾸며
하물며, 시조새를 닮은 철새들조차 앞다투며
쿠릉쿠릉 하늘을 가르며
다만, 요즘처럼 잠시 시들시들해 보이는 건
일파만파의 천기를 품은 역병의
큰 파문 탓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 그 꽃만큼은
산방꽃차례로 더 활짝 피우리라
더 큰 파문을 일으키며
나는 오늘도 꿀을 찾아 헤매고 있다
봉긋한 이 오름 저 오름
그 꽃술들을 더듬으며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습니다.
한라의 꽃, 만민의 꽃입니다.
그 파문이 깊을 수록 꽃의 신음소리가 커지겠지요.
항상 좋은 글, 모닥불 키우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륙에 뿌리내린 백두대간은 당연 한 눈 팔지 말고 지켜야 되고
남북 7천오백만과 함께 만방으로 흩어진 우리 동포들이 함께 가꾸어야할 꽃이라 생각합니다만, ㅎㅎ
너무 거창한가요?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래아 / 백록
어느 날 문득
이 땅으로 뚝 떨어진
점 하나, 너는
정음正音의 씨다
너의 체본을 닮은 섬에 숨어 한 오백 년이 넘도록
기꺼이 숨 고르고 있는 너는
시원始元의 홀소리다
자라 줄기를 뻗으면
나나 너를 닮은 ㅏ로 읽히거나 ㅓ로 읽히는
쓰임새에 따라 ㅗ로 쓰이거나 ㅜ로 쓰이는
혹은, ㅡ로 비치거나 l로 비치는 너는
우주의 심성이다
닿소리를 열매로 맺으면
온전한 말이 되고 글이 되는 너야말로
하늘과 나를 아우르는
한겨레의 혼을 담은
ᄒᆞᆫ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