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를 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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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01회 작성일 21-08-21 23:19본문
마우스를 버리며 / 배월선
오래 쓰던 마우스를 버렸다
어느 날 탁자 아래로 톡 떨어지더니
말을 안 듣는다
손 좀 보면 들으려나?
그것도 귀찮아져서
어디 묻어둘 적당한 땅도 없고 휴지통에 내던졌는데
어디 갈 데라도 있겠지, 꼬리를 댕강 자르는데
뒤가 켕긴다
좋은 날이나 언짢은 날이나 둥글게 말아 쥐었던 손금을 읽으며
세상을 들락거리던,
오늘 날씨쯤 다 안다는 것처럼
때로는 낯선 글을 무단복사해서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삭제하고 어떤 부분은 첨삭하고
그래도 “멀었다.”며 손끝에 쥐가 나도록
딱하다는 눈총을 주기도 했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시들해져서는 안 되는 시들에게, 실은 나 자신을 향하여
눈물보다 따스해진 위로를 받아 챙기거나
쓸데없는 호통을 치기도 했지
그러나 한편에 시를 위하여 종일 사이버 속을 떠다녔거나
혹은 글줄이나 쓰는 것처럼 보이려고
있는 대로 머리를 쥐어짜고
또 어떤 날은 구태의연한 속옷 바람으로 휘리리릭 긁었었지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눈물 나도록 웃고 울던 일들을
그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 써서 지겨워진 마우스를 버렸다
그러나 그가 어딜 가든 내가 쓴 시에 대하여
나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안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려주신 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깊은 시향에 마음 물들이고 머물다 갑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지만 중요한 일을 상념으로 처리했네요
일본 방식에서 차용했으리라는 감도 있고요
상념으로 의식에 접근하면서 가치화하는 일보다
상념에서 갖는 작은 편린에 방점을 두었네요
가치화하면 내적 강건함으로 위세가 될 것 같습니다
높이가 성립된다는 말이죠
작은 편린으로 가도 일본에서 많이 택하는 번민 계열이 되리라 봅니다
편이나 린으로 나뉘어 높이가 성립 되면 단아한 일본 단시도 되고요
작성한 편린이 한국 정서에서 감수성을 충분히 용해하지 못해 감흥이나 울림에는 아직이라 보입니다
편린과 수심을 이어놓는 방식에서 일본시에서 영감을 얻거나 착상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일본식을 따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은 듭니다
편린이 갖는 애매하고 모호한 점에 접근하는 것이 영감을 얻거나 착상 따오기 일 것입니다
성적 담대함과 열성이 되는 열악적 상황에 대한 접근도 이어져 나올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자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 포인트 입니다
세계 어디서에나 영감과 착상을 가져오려면 그렇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시를 잘 빚으십니다.
넘 부럽습니다.
감상하며 설렘이 있어 넘 행복하네요.
오랜만입니다.시인님.
시인님의 설렘있는 시를 기다렸습니다.
좋은 시 감상하게 해줘서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배월선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