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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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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회 작성일 21-08-22 12:00

본문

담쟁이가 빼꼼히 바라봅니다
욕실밖에 창틈에 세간살이 들여놓은 아침
초록빛 입니다
한손으로 방충망을 붙잡고 얼굴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손잡고 들어올려고 해도 내부는 어둡습니다
창틈 사이로 담쟁이를 안아 올립니다
한참 후에야 햇살이 비춥니다
할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는 주름투성이 입니다
그래도 담쟁이는 필사적입니다
창넘어 옆집마당에 샛노란 해바라기 한쌍이
바람의 기억을 더듬습니다
그날밤 바람은 더 세차게 불었습니다
나의 방안에도 물살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물의 지도를 타고 온 바람의 기억이라 부릅니다
철조망 사이로 길을 내고 있습니다
어머니 다니시기 편하게 좁다란 길입니다
언젠가 이곳이 폐허가 되면 담쟁이가
가장 높은곳에 새하얀꽃을 피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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