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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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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9회 작성일 21-08-23 02:55

본문

골수염


때가 되면 달나라 여행을 하였습니다.


십대에 도착한 달나라에는

옥토끼 두 마리가 절구 방아를 찧고 있었습니다.

이십대에 도착한 달나라에는

달을 정복한 인간의 이기가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삼십대에 도착한 달나라에는

출산한 아내와 쭈글쭈글한 아기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사십대에 도착한 달나라에는

일터에서 동분서주하는 초라한 자화상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오십대에 도착한 달나라에는

선친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병상에서 축 늘어진 당신의 꽃대를 바라보며 

꽃꽂이를 게을리했던 나의 과보가 고락의 결과로

기억의 저편에 불시착하였습니다.

오늘 밤, 당신 생각에 달나라에 도착해보니

뼛속 깊숙이 침범한 염증만이 은하수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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