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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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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5회 작성일 21-08-23 08:05

본문

계약

       / 나싱그리


나는 어제 신과

계약서를 썼다

가을 장마와 함께

만기는 어김없이 찾아왔고

몇 년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갱신에서도

'우''리'라고는 명시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신은 '갑'이고 나는 '을'이었다

특이 사항엔

자기 인생은 스스로 책임질 것

갑이 제시한 선은 넘지 말 것

건강 관리에 특히 유의할 것 등

신의 개인 사정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다가도

어느 순간 툭하고 끊어질 수 있는

나의 삶

삶의 무게가 변하지 않으면

신과의 몇 마디 소통만으로도

연장을 허용한다지만

나는 안심이 되지 않아

굳이 신을 대면하여

계약서를 썼다

가을 장마가 제삼자로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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