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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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3회 작성일 21-08-25 07:39본문
객지에서의 불면不眠을
하룻밤 이 만원에 구입하였다.
낯선 이불과의 동침은
음산한 촉감으로 그의 순결을 조롱하고
외로운 별들이 빈대처럼 천정을 기어 다녔다.
그 방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낸
무수한 영혼들의 가냘픈 신음이 들렸고
험상궂은 음모陰謀와 분노의 장면들이 재생되었다.
때 묻은 벽지壁紙의 갈라진 틈새로
그의 과거를 단죄斷罪하는 철제 장갑이 불쑥 솟아나오는가 하면
건물이 붕괴되면서 길을 건너던 검정색 고양이의
울부짖는 목을 조이기도 하였다.
심약한 그는, 이런 불면의 밤들이 두려웠지만
결코 여행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의 삶은 타자他者들과의 끝없는 혼숙混宿이었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침실은 없었다.
원귀寃鬼가 없는 벽면壁面도 없었다.
그리고 그가 지급하는 숙박료는 당당하게
국가의 GNP에 산입되었다.
댓글목록
이중매력님의 댓글
이중매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의 삶은 타자들과의 끝없는 혼숙이었다."에서 타자들이 자꾸 얼룩으로 읽힙니다. 좋은 시에 감사 드립니다.
순례자님의 댓글의 댓글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면의 밤들이 세상을 낯설게 느끼도록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