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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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75회 작성일 21-08-27 17:07본문
세월 유감 / 백록
‘저 파란 하늘가에 구름 같은 집을 짓고 이승에서 못 다한 사랑 다시 만나 천년을 살고 싶네’
이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백 년 살고 싶다던
헛늙은 철딱서니 아미새가 부르는 노래다
타불 타불 뇌까리며 까불대다 뚝 떨어진 땡감
목탁처럼 톡톡 쪼아대며
그날의 초원은 온데간데없다며
사랑하는 님은 이미 없다며
찔레꽃 피던 봄날은 간다며
여름은 그럭저럭 보내버렸다며
마침내 억새꽃 피는 가을이라며
머잖아 하얀 겨울이라며
쩝쩝 부릴 다시고 있다
간혹, 염불을 되씹듯
하늘 우러러보며
멍하니!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추 / 김태운
붉은 고추들이 건방지게 널브러졌다
몸통에서 따버렸는데도
엄청 실하다
누굴 유혹하는지
몹시 뻣뻣하다
거세기의 시선으론 언뜻 씁쓸한 고초苦楚가 떠오르는데
어느새 풀 죽은 고초苦草로 비치는데
우리 어미들 아들을 낳으면 새끼줄에 붉은 고추와 숯을 걸어 악귀를 물리쳤다지
그거야말로 순전히 구실에 불과한 가문의 자랑질이었겠지만
딸을 낳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쉬쉬했을 테고
아들이건 딸이건 제 새끼인 건 분명했을 텐데
고추는 당연 수컷인 양 곧추세워 걸어놓고
숯도 마치 수컷인 양 더불어 끼워놓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었지
어쩜, 불이 붙은 집이라는
암시인 양
그런 놈들이 보란 듯 땡볕에 드러누웠다.
막바지 죽을힘을 쓰기 위해서란다
혹은, 새 씨를 뿌리기 위해서란다
저놈들 이미 죽은 것 같은데
참말로 붉다. 무지
부럽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름의 노래 / 백록
테우리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도두봉이라는 섬머리에서 부른다
그 작자가 고른 첫 계이름은 섬 島다
나지막이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비친 사라를 꼬드낀다
레의 별명 같은 별도를 부추긴다
산굼부리는 미쯤 될까
다랑쉬는 파쯤 될까
망설이다 솔을 찾는데
가시리로 갈까
성산으로 오를까
음치처럼 중얼거리다 옳다 싶은 그가
일출봉으로 향한다
솔이 거기쯤이라면
라는 어디쯤일까 더듬으며
한 음이 높아야 하는데
한참을 헤매다 보니
저기 서쪽으로 산방산이 보인단다
그 정상으로 오르고 보니
마침내 멀리 시가 떠오른단다
윗새오름이 얼씬거린단다
그 위로 정상의 계명이 비친단다
백록이 뛰놀고 있다는
드높은 길 道가
자! 이쯤이면
소나 말에게 대충 얼버무리던 소리
어러려나 어려러의 독백보다
거룩한 노래 한 곡조
테우리 스스로
신나게 뽑지 않을까
때론, 거창하게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행가처럼 뇌에서, 입언저리에서
술금숭글 피어오르는 물안개 같습니다.
저도 동감에 한표 얹어놓고 합창 할까 합니다.
이 늙은이에게 딱 좋은 노랫가사입니다.
감사합니다. 백록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술금숭금///
이런 말도 있었나 싶네요
역시!
늙은이라는 소린 거두소서
제발!
저립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