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상관관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7회 작성일 21-08-29 00:01본문
*교차상관관계
매끈한 대리석처럼 반짝거리던 사랑도
세월이 가면 치열이 뒤틀리듯 벌어진 틈 사이로 이끼가 낀다.
우리 집도 여느 집처럼 서방은 강 건너 불이 되고
아이들은 햇빛 잘 드는 양지의 화초가 된다.
<A>
물 한 잔 주소?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멀쩡한 손발 놔두고 어디다 쓸라꼬.
떠서 드시거나 말거나.
<B>
엄마 배고파요?
뭐해 주꼬?
뭐 먹고 싶노?
어젯밤에 재워 둔 불고기 해주까?
시간 없어요.
그냥 대충 주세요.
뭐라꼬?
엄마가 맛난 거 마이 해주꾸마.
가끔은 아내의 교육이 탐탁지 않아 고성이 오갈 때도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세대가 끊긴지 오래다.
순간의 자만과 오판이 방아쇠를 당겨버리면
벼랑 끝 절벽이다.
오발탄은 삽시간에 잠자는 암사자의 살기 오른 송곳니를
나의 면전으로 순간 이동시킨다.
아침밥은커녕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아내와 함께 부전시장에 갔다.
재래시장의 묘미는 뭐니 해도 새벽이다.
해가 채 뜨기도 전 어스름 새벽부터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상인들
가쁜 숨소리에 내 심장도 힘차게 고동친다.
시장에 다녀온 아내가 가위를 들고 곧바로 베란다로 나간다.
베란다에 놓아둔 화분 가지치기가 마음에 걸렸나 보다.
가만히 보니 바깥쪽 가지 보다 안쪽 가지가 먼저 잘려나간다.
햇볕이 잘 드는 바깥쪽이 아닌 왜 안쪽부터 가지치기를 할까.
캄캄해진 머릿속에 궁금증이 날을 세우는 찰나,
필라멘트에 전류가 쫙 흘렀다.
아내가 즐겨마시는 커피 한 잔 슬며시 내어 놓았다.
아내의 웃는 얼굴 위로 아침햇살이 한가득 쏟아진다.
*교차상관관계: 서로 다른 두 변량 사이에 어떤 인과 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
댓글목록
스승님의 댓글
스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행복한 밤이 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