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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40회 작성일 21-09-03 09:10

본문

  가을 아침에 




  감자를 굵게 썰어 집어넣은 수제비 먹는 아침

  바람은 가을이다


  조금 있다가 초여름에 담근 매실청 꺼내 맛보자

  아마도 잘 익었겠지

  잘근잘근 나누는 대화도 가을이다


  창 밖 회향나무는 

  간밤의 가랑비 젖어 가을이다


  수염 깍고 머리 감고 똥 누고

  뭐라도 써 보려고 앉은 노트북 잠금 화면도

  가을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시 쓰고픈 걸 보니

  누가 뭐래도 가을이다


  가을 아닌 다른 걸 말하면

  역적이 될 것 같은,

  가을이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을 불러 들이셨군요.ㅎㅎ
글 속에 산들산들 가을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구수한 첫연을 읽으며 식욕을 느끼고,
이유도 없이 쓰고픈 마음 여기 하나 더 두고갑니다.
다정한 시, 고맙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아침 수제비 먹고 난 뒤 바로 쓴 시인데,
순식간에 스쳐가더군요, 가을의 언어들이.
역시 가을은 시의 계절인가 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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