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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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엄마가 농해버린 수박을 자르다 말고
검은 비닐 속에 쓸어 담는다
미심쩍은 칼날처럼 내리던 비가 그치고
조각내다 만 시간을 어둠 속에 쓸어 담는다
살짝 각도를 바꾼 것 뿐이다.
갑자기 그늘을 드리우는 모든 것이
쓰레기로 보이기 시작하면
빗자루로 그늘을 쓸어 낼 수도 있고
불을 놓아 그늘을 태울 수도 있다.
삽으로 퍼내어도 옮겨지지 않던 그늘을
실바람으로 날려보낼수도 있다
살짝 각도를 바꾼 것 뿐인데
터지고 갈라진 틈새에 부착 되었던 울음이
뚝뚝 그치고
이제는 얼음에 희석 시키지 않고도
뜨거운 맛을 볼 수 있겠다
제대로 쓴 맛을 볼 수 있겠다.
댓글목록
이중매력님의 댓글

좋아요.
콜키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이중매력 선생님!
너덜길님의 댓글

'조각내다 만 시간을 어둠 속에 쓸어 담는다',
'살짝 각도를 바꾼' 시어들이 눈과 맘에 쏙쏙 들어옵니다.
이런 가을도 있다는 거군요.
잘 읽었습니다.
콜키쿰님의 댓글의 댓글

자전축이 삐딱해서 계절이 있다고 하길래 , 재미 있어서 한번 쓰보았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