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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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20회 작성일 21-09-04 18:45본문
니가 죽어버린 어느 봄날 비가 내린다
보이지 않는 봄의 눈부신 햇살 아래 나비는 춤을 추며 꽃을 찾는다
하늘이 내리는 축복에 날개는 젖고 반짝인다
꽃에 앉아 날개를 접어다 폇다하며 꽃이 된다
드디어 꽃에 앉았다
한참 후에 하얀 종이를 꺼내 꽃을 그린다
꽃위에 앉은 나비의 날개 위에 무늬를 그리고 앉은 듯 날아갈 듯 덧칠 한다
너라는 나비 한마리 세상이 그려온 옷을 입은 너
자꾸만 햇살을 쫓으며 이리저리 벽에 부딪히며
어느 한자리에 앉아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정말 나비일까?.그렇다면 꽃일까?
방안에 불이 꺼지고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귓가에선 달빛아래 혼자만의 슬픔을 달래는 야상곡이 줄지어 흘러나오고
희미하게 들리던 울음은 방울방울 터진다
나비의 날개를 집은 손가락에는 지난날 그려놓은 무늬가 선명하다
가을 햇살에 비춰보니 모든게 달라져 있다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莊子의 胡蝶夢도 생각하게 하는 시 한 편..
이 시를 읽고 문득, 김영민 교수의 말도 떠 올라
옮겨봅니다 (시의 이해를 돕는 일환 一環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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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의 내용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호접몽(胡蝶夢)이다.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데, 막상 꿈을 깨어 보니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더라는 그 유명한 이야기.
영화 ‘매트릭스’가 활용하기 이전부터 호접몽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매혹해 왔다.
호접몽에 견줄 만한 서양의 이야기로는 카프카의 ‘변신’을 들 수 있다.
‘변신’은 주인공 그레고르가 잠자다가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몽환적인 스토리의 대가 호르헤 보르헤스는 이 ‘변신’의 서두가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보르헤스가 호접몽 이야기를 좋아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보르헤스는 1967년 하버드대에서 행한 강연에서 장자의 호접몽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장자’에 나오는 이 꿈의 주인공은 다른 물건이나 동물이 아닌 꼭 나비여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장자는 나비에 대한 꿈을 꾸다가 깼는데, 그 꿈을 깬 이후에 정작 각성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꿈을 꾸지 않아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바로 이 꿈같은 상태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다른 존재보다 나비가 적합하다.
장자가 꾼 꿈의 주인공으로 타자기나 호랑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르헤스는 역설했다.
보르헤스가 보기에, 호랑이는 예술로 가닿을 수 없는
사물의 실제나 본성 같은 것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존재이다.
보르헤스는 ‘또 다른 호랑이’라는 시에서 상징과 허상의 호랑이가 아니라
수마트라나 벵골을 누비며 교미와 빈둥댐과 살육을 태연히 행하는
호랑이를 동경하고 노래한 적이 있다.
그러한 호랑이에 비해, 나비는 섬세하고 사라질 듯한 존재.
즉, 나비는 꿈의 육화와도 같은 초월적 존재를 표상한다.
이러한 보르헤스의 말대로, 호접몽의 핵심은 꿈을 깬 직후에 있다.
“장자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을 꾸어 장자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
(不知周之夢爲胡蝶與胡蝶之夢爲周與).”
인간은 별의별 꿈을 다 꾸고 살기에, 누군가 나비 꿈을 꾸었다는 사실 자체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특이한 것은 그 꿈으로 인해서,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을 어떤 지점,
즉 자신을 나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장자의 관점과 나비의 관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어떤 초월적 지점에 생각이 미쳤다는 점이 특이하다.
호접몽을 잘 음미하는 방법은, 호접몽이 결국 인간 장자의 꿈이었다고 서둘러 결론짓지 말고,
호접몽이 장자의 꿈인지 아니면 나비의 꿈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상태를 상상하고 공감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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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이, 김교수의 말을 원용 援用치 않더라도
참 좋은 시라는 생각
잘, 감상하고 갑니다
10년노예님의 댓글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히치콕 감독의 새라는 주제와 비슷하네요
별 이야기가 아닌듯해도
결국엔 관객이 새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는 영화인데요
결국 사람이란 자기자신의 관점 외에는 다르게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와 통하는 점이 있다 생각합니다
신은 인간에게 자신이라는 가정 강력한 이기심을 주었지만
결국 인간은 그러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보다
다른사람에 빗대어 사는걸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기를 바라고요
그렇지만 살다보면 관점은 흔들릴때가 많죠
특히 일생을 따지고 보면 다른사람의 관점보단 자기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더 깊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위대한 것이겠죠
시에서도 그런 내용을 담고 싶었으나 산으로 가버렸네요
세상이 원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다르다는 점이요
좋은시라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시인님 앞으로도 평안하시고 오늘하루 행복한 마무리 되세요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편협한 私見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본령 本領을 흐리게 한 感도..
하지만, 시라는 것은 일단 시인의 품을 떠나면
그때부터 더 이상 시인의 소유는 아니라는 거
독자는 나름대로 해당시의 존치권 存置權을 향유하는 법
하여,너그럽게 양찰하시기 바랍니다
10년노예님의 댓글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문은 잘몰라서요
이해는 했습니다
항상 그랫지만 모두가 이해하게끔 쓰게됩니다 버릇처럼
각자의 이해가 있게 쓰게되네요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