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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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27회 작성일 21-09-15 00:06본문
그날의 초상
길은 멀었다
독충에 물린 불그스름하게 부풀어 오른 자국 위를 걸어갔다
키를 훨씬 넘는 무덤 위로 솟은 풀더미는 나의 아지트였다
아버지는 등 뒤로 빈 소주병을 지게처럼 매달고 다녔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일지도 모른다
마사토와 진흙탕을 번갈아 밟으며 집으로 가는 길섶에
꽃대 올린 들꽃처럼 아버지가 가늘게 한들거리고 있다
아버지는 바람이 부는 대로 허리를 굽히는 무명초였을까
깨진 소주병처럼 뾰족한 저녁으로 폐유에 찌든 아버지의 작업복이 펄럭거린다
숨을 다한 별똥별이 내 무덤 위로 떨어진다
아버지가 내 곁에 누웠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들의 아버지는 늘 빈 가슴의 응어리 같았습니다.
내 아버지 나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버지를 알게 되는
우리는 상사화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등 뒤로 빈 소주병을 지게처럼 매달고 다녔다는,
구절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자녀라면 누구나 물빛 가슴 쓸어내리는 그리움에 떨며
그 음성과 몸짓 기침소리까지 소중해지는...밤입니다.
잠시 젖었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시를 읽다보니 옛기억이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가수 이선희 씨의 노랫말처럼 요즘들어 부쩍 옛일이 그립습니다.
출근길이 폭풍전야처럼 고요합니다.
태풍 소식이 있던데 안전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에게도 아버지는 애증의 대상인데,
나이가 쌓이다 보니 시가 되더라구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친께서는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서 침묵한 채
홀로 묵묵히 지평선 너머로 가셨나 봅니다.
구멍 난 발가락을 고린내 나는 신발 속에 숨긴 채
그렇게 멀리 가셨나 봅니다.
머물다 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 아버지는 항상 뭉쿨한 대상이죠.
벌초 가셨나봐요.
저도 창가에핀석류꽃 시인처럼
등 뒤로 빈 소주병을 지게처럼 매단다는 구절이 넘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아버지를 무척 그리워 하는 시인님의 마음을 시를 통해 느껴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날건달 시인님.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떤 시인님의 시를 읽다가 문득 돌아가신 선친이 생각나더군요.
가장으로 한 가정의 버팀목이 되어 준 아버지라는 거룩한 이름....
요즘 들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네요.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3행, 5행은 평문이군요.
그밖의 행은 마음에 듭니다.
좋은 밤이 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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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평문이 평문과도 같지가 않은 시를 한다면 의미가 있지를 않겠습니까? 11행처럼요.>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 글에
늘 격려의 댓글 남겨 주는
동생 시인님의 마음 ....
고마우이!
동생 시인님도 좋은 밤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