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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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
가을은 리모델링의 계절이다
집집마다 울어대는 쇳소리가 머리칼을 곤두서게 한다
가벽을 뚫는 드릴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층층이 울음소리가 흘러내린다
계단을 따라 소용돌이치는 오래된 울음이 드릴의 회전속도에 빨려 들어간다
놀이터 옆 화단에는 푸른 하늘이 밑동 잘린 빈 둥치에 앉아 있다
잘려나간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바람의 혓바닥이 한들거리고 있다
내 머리칼처럼 유난히 짧아지는 가을 햇빛이 온몸을 소독한다
검게 그을린 옹이를 물고 온 어스름 녘
건넛방 할머니의 낡은 파체는 아버지의 청사진이었을까
마지막 남은 어금니가 바스러져 내린다
습관적으로 혀끝이 텅 빈 잇몸 속을 더듬거린다
건너편 베란다 건조대에는 가을이 알록달록거린다
까마귀가 텅 빈 가을을 물고 하얀 저녁으로 푸드덕 날아갔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정체성에서 회의함을 극복하는 과정이
순수로움이 일으키는 환희를 추적하지 않고 있어
순수로움의 벽과 마주서 추락한 형상입니다
자기 발견의 맥락에서 자기를 현상의 심대함에 놓으려 하면서
부서져 내리는데 자괴감을 부식적으로 사용하여
순도의 벽에 부딪치고 사상을 이입하려 하면서
부조화가 노정되어 글의 맥이 추락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