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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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1회 작성일 21-09-18 08:32본문
관조觀照 / 백록
하도 답답한 외도의 생각이 옥상으로 올랐다
사방은 온통 태풍이 짓밟고 간 자리
동쪽을 바라보니 철근으로 뿌리내린 콘크리트 조형들이 우후죽순이다
역시 답답하여
서쪽으로 돌아섰더니 막막한 허공으로 뜬구름들 잔뜩이다
역시 답답하여
남쪽을 향했더니 할락산자락이 게슴츠레한 시야를 덥석 삼켜버린다
역시 답답하여
북쪽으로 돌아섰더니 확 트인 망망대해가 나를 반긴다
가까이 벼슬을 버린 관탈섬이 출렁이고
멀리 가을 여자의 그림자 같은 추자도가 가물거린다
수평선 너머엔 아마도 죽도록 날 반기는 육지가 있을 거다
이윽고 백두대간을 따라 기어오르다 보면
허허로운 시베리아 벌판이 날 기다릴 거다
끝내, 북극으로 유혹할 거다
흰곰을 찾아 헤매거나
영락없이
그리하여 나는
쾌락을 추구하는 향락적 생활은 물론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적 생활이며
부를 훔치는 영리적 생활로부터 관조적 생활을
최고의 이상적 생활이라 생각할 것이다
한동안 멍하니
결국, 이런 생각은
내 후세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두고두고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의 정체를 밝힌다 / 백록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섬집 아기였다
자라면서 느낀 건
큰갯물을 홀짝홀짝 마시는 촌닭이었다
꽁보리밥을 물에 말아서라도 배 불리고 싶은
빌어먹을 철딱서니였다
말썽이 생기는 족족
몽곳놈의 새끼로 불렸지만
사실은 염병할 놈이었다
갈수록 삐딱한 수컷이었다
거기에다 원치 않은 육짓물을 마시면서 해까닥해버렸으니
정신머리마저 홱 돌아버렸으니
그렇게 돌고 돌다
도로 섬으로 돌아온 나는
어느덧 하르방이다
이미 잘린 상투인데도
할망의 존다니로 늘
꼬투리 잡히는
돌하르방이나 매한가지인 난 지금
분명한 허수아비다
지나치는 참새 한 마릴 보더라도
눈 깜짝하지 않으므로
허기사, 허구한 날
제기랄이라는 문장마저 꾹꾹 삼키며
헐헐거리고 있으니
마스크를 낀 탓일까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