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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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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5회 작성일 21-09-26 10:40

본문

  나의 사계四季 / 백록


 

 

  별 볼 일 없는 어느 자궁에서 내가 처음 이 세상으로 기어 나올 때는

  보나마나 영락없는 봄이었을 터

  아마도 눈이 부셔 으앙으앙 울었을 거다

  파릇파릇 새싹이 움트듯

 

  하루하루 자라면서 이미 겨울 속으로 묻혀버린 나의 뿌리며 가지들이 있었음을 어렴풋이 깨우쳤으나 나는 어느새 

그 근친들의 여정 같은 여름으로 치달으며 속세의 뜨거움을 맛보았지

눈앞엔 가을의 막바지 같은 할머니 몰골이 늘 그늘처럼 어른거렸고 주변머리는 바람 잘 날 없었으므로 울긋불긋 애

장을 태우던 단풍처럼 아득바득 버티다 서툰 날갯짓으로 허우적거리다 끝내 낙엽처럼 밟히는 지금의 난 어느덧 겨

을 향한 하늬바람 속이구나

 

  머잖아 시월의 한로를 따라 상강을 따라

  훠이훠이 흩날리는 초혼 같은 눈발이 내리면

  이 몸은 한동안 그 속에 푹 묻혔다가

  다시 태어날 날을 기다리겠지

  이를테면 이 섬의 억새들이 품었을

  회춘의 새봄을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의 노래 / 백록


나의 노래는
섬의 울림이다
은하를 품은 한라가 작사하고
출렁이는 파도가 작곡한
나의 노래는
무릇, 거룩한 일만 팔천여 여신들과 오백나한이 보살피는 천태만상의 돌들과
삼백예순 남짓 오름들조차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바람들의
합창 교향곡이다
간혹, 지친 삶들의 쉼표 같은
아래아가 얼씬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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