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 창작시의 향기

의혹^疑惑 / 백록

불현듯 나타난 삼면육비^三面六臂의 아수라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마치, 물귀신의 환생들이다

이래 보면 봉황이고 싶은 우두머리의 혹심인 듯

저래 보면 해괴한 헤게모니의 놀음인 듯

대명천지에 제 꼬리를 물고 덩치를 키우는 우로보로스의 족속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꿈틀거리고 있다

그 행간에서 이명을 들쑤시는 소리들 족족

억억하며 천지를 진동하더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질 조조할인도 아니고

혹, 저들만의 억조창생을 위한

장난질의 팬데믹인가

이건 필시 칠면조의 공작이거나 팔색조의 음모거나 구관조의 꼼수라며

헛다릴 짚은 주변머리들 오징어 다리 씹는 소리 질겅질겅

육갑을 떨며 야단법석으로 아우성인데

영화나 보며 더불어 영화를 누리던 어중이떠중이조차

대뜸, 신세계니 무간도니 디파티드니

난데없는 영화제목을 씨불이며

코털로 감춰둔 콧방귀 뀌며

희희낙락인데

이도 저도 아닌 난

저들이 거저 준다는 재난지원금이라도 챙기고

그것조차 여의치 못하면

굿이나 보고 떡고물이나 얻어먹어야 할

구경꾼 신세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