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점점 돌담이 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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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08회 작성일 21-10-04 10:17본문
우리는 점점 돌담이 되어가고
떨리는 손을 내밀자
덕수궁 돌담에서 격리가 풀린
가을 하나가 소오름을 맞은 백신처럼
전율을 물고 한걸음 내려왔다
붉은 눈 찌릿 비비는 벽과 벽 사이로
수천만개쯤의 가을이 곧,
한꺼번에 확진될지도 모른다는 주관을 신고
발목까지 올라 온 바람은
허리까지 맴돌다
스카프 한번 만지지도 않고
낯설게 뒷걸음친다
구름을 잔뜩 묻힌 노을 곁에
한쪽 얼굴을 잃은 낮달이 두 갈래진 은행잎 조각품에 들어
잃어버린 짝 하나를 본 뜨고 있다
앞면을 죽이고 뒷면을 살리는
버팀목 사이의 우리는 요즘,
아이러니 줄기에 멍대를 꽂아
담벼락만 켜 놓은 물망초가 될지도 모른다고
혼자 마중 온 고독 깨물다
혼 다 빠진 푸념을 섞어 바른
지푸라기 담장을 짓고 사는
한 집, 한 지붕마다
오래 된 기억처럼
우리는 점점 모르는 돌담이 되어가고
열정의 끝말에서 정열을 쏟아버린
여름날 서쪽 붉은 그리움이
어쩌다 실종 된 사랑으로
다시 돌아 와 곁을 에워싼다 할지라도
멀어진 가슴들을 차곡차곡 얼래고
찢어진 상처들을 차례차례 꿰매놓은
담벼락 다정히 일어나
우리 각 진 어깨 둥글게 깎아줄까
어제 부른 이름조차
더듬거리며 찾아나서야 하는
우리의 팔짱사이로 오직,
돌담길 눈,코,입 간지럽히는
가을 한 조각만을 물고 버티는 국화향 숨소리.숨소리
어둠을 잊어가는 가로등 숙인고개
정중한 파노라마
스카프 팔짱끼고 선홍빛 눈시울 팔랑거린다
우리는 점점
아는 돌담이 되어가고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연과 둘째연을 읽을때 월최우작이나올뻔했넘요
뒤로갈수록 긴장감이 늘어져 수필로 흐른게
아쉽네여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덕수궁돌담은사이사이가붙어있어보기좋더군요
위드코로나가 멀 어 진 사 이 를 어느정도붙여줄지요?
소녀시대님 무탈하시고 건강에 붙어 사세요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오랜만에 오셨군요.
참 반가운 마음으로 시를 두 번 세 번 읽었습니다.
은유는 여전히 뭉글뭉글 제 마음을 정숙하게 해 주는군요.
계속 시로써 뵈었으면 하는 마음을 여기 글로 남겨봅니다.
서로 아는, 기댈 수 있는 돌담이 되기를 바라며.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을 참 반갑게 맞아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직장을 핑계로 시를 떠난 가슴이 코로나처럼 힘들어서
덕수궁 돌담을 돌고 왔네요
너덜길님이 계셔서 기댈수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온유함이 내핍과 만나 궁극성을 향하네요
서로를 치환하는 맥에서 몰입에 다다르지 못한
석별은 자못 아름다움으로 연결되네요
궁극적인 회한이 생명의 힘이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하는 이채로움이 좋네요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순한 내면을 이채롭게 해석해 주시니
기분 좋네요
공감하는 시로 서로를 연결하는 온유함과 아름다움의
돌담을 이어가고 싶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