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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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엔 당신의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박쥐가 되렵니다
오늘 밤엔 당신의 영혼을 벗기고
바이러스의 날갯짓으로 살렵니다
오늘 밤엔 당신의 뇌혈관을 뚫고 들어가
하나의 몸짓으로 걸어가렵니다
내 안에 있는 내면의 몽우리가
서슬 퍼런 가을의 눈빛으로 순치될 때마다
당신은 나의 꽃이었습니다
내 곁에 있는 바람의 음색이
궁핍한 엇박자의 오로라로 둔갑할 때마다
당신은 나의 별빛이었습니다
내 심장을 옭아맨 옥빛의 파도가
해거름 마을의 방파제에 자결할 때도
당신은 나의 변치 않는 반쪽이었습니다
가양대교 남단 한강 물비늘에
엇박자의 가을비가 내리네요
저 비가 그치면 당신은 백신을 맞고
저의 품을 떠나겠지요
그 후로 이제 곧 나는
불가역의 서쪽 나라 동굴
먹빛 유전자의 내 집으로 긴 여행을
떠나야겠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즐거웠습니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역시 프로는 다르네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소녀시대님의 댓글

휴일 아침 낮술에만취해 잠깐 끄적거렸는데
내가 볼때도 의외로 좋은게 나왔네요
감삽니다
한려수님의 댓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행복하세요
소녀시대님의 댓글의 댓글

독자들이 감상하고 즐거워할때가
가장행복합니다 감삽니다
tang님의 댓글

몰입과 몰두가 시선을 당깁니다
기능이 일으키는 윗힘으로의 여기가 부족하여
몰두와 몰입의 크기와 양이 허접스런 사물에 맞네요
상념과 번민에 상응하여 시의 가치가 輕해지네요
아름다움 맥은 좋습니다
건전함이 만드는 온유함 까지 즐겼으면 하기도 합니다
시심으로 된 풍요와 시상으로 된 번성이 같이 했으면 합니다
소녀시대님의 댓글의 댓글

만취해 쓴시라서 그렿지만
제정신에서도 펜잡기가 이상하게 거북하네요
감삽니다
tang님의 댓글의 댓글

만취하면 오롯함의 여기가 있어야 하는데
뜻과 시심은 그러하긴 합니다
시상이 평소에 풍부하게 활성화되지 않나 봅니다
사랑의 풍요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입니다
선돌님의 댓글

좋은 시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예전의 시말 詩末은 회원들의 시 관전평도 꽤나 날카로왔는데 (씁쓸한 회고)
하지만, 시의 不毛地 化 되어가는 이곳에서
이만한 시가 나온다는 건 괄목할만 하군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소녀시대님의 댓글

자본주의 문단에서 상금이 없는 밑빠진 독에물붓기식이니점차 황무지가 되어가는 건 어쩌면 운명일까요
그나마 즐감해주심에 감삽니다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이 시가 좋은 시라고 하기엔 아쉽다고 말씀드린 건
한 시가 말하는 상징성은 시인 개인적 삶의 경험을 시적 형식을 빌어
표현하는 것과 함께 그 같은 형식을 벗어난 비논리를 통해
흔히 발현되지만.. (앙면성)
이 두가지 흐름의 상호충돌이나 상호보완, 혹은 변증법적 탄력에 의해
상징성의 기초를 두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런데, 이 시는 그 어느 한 쪽 (시인 개인의 주관적 체험 - 즉, 객관성 결여)으로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터무니 없이 낮은 안목으로 귀한 시를 말해서 죄송
- 그저 너그럽게 혜량하소서
소녀시대님의 댓글

누가봐도 공감하는 명시하나를 쓴다면
그 시인은 당대나후대에 후회없는 삶이겠죠
그런 작품을 대여섯개만 쓴다면
노벨상도 문제없으리라 단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