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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예쁜 이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콜키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1-10-05 21:41

본문

뿌리 박힌 목숨에게 흔들림은 여행이다. 

그래서 식물들은 생각보다 먼 여행을 하며 산다

오히려 베낭을 지고 나서는 목숨들이

아무리 멀리 떠나도 생각이 집에 있다

바람은 관광버스처럼 자꾸 불어 오고

비슷한 등산복을 입은 것처럼 무리를 지어서

이쪽으로 덜컹 저쪽으로 덜컹,

꽃들은 그기가 세상 끝이다. 우르르

휴게소에 내린듯 바람이 토해 내는 정적


흔들린만큼 뿌리가 깊어지는

식물들은 여행한 보람이 있다

오히려 마음이 흔들릴 때

우두커니 서는 짐승들은

아무리 멀리 떠나도 헛걸음인데

조금만 비껴도 정물을 떠나는

식물들은 본전을 뺀다

나를 보려고 멀리도 떠나는 사람들은

단 한 순간도 같은 각도를 갖지 않는

꽃들에게서 여행을 다시 배워야 한다


이 편에도 서 보고, 저 편에도 서보고

갸우뚱하게도 보고 빙 둘러서 보기도 하고

사방팔방에서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


꽃들은 그래서 예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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