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빨래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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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25회 작성일 21-10-08 22:29본문
간이역 빨래줄
햇살을 통으로 돌리던 하늘은 베란다 한쪽으로 개울을 내고
엄마의 방망이 소리같은 유년을 비누칠 한다
청개구리 유난하던 그 시절의 숙명탓으로
거시기한 교복은 자주 비툴한 모자를 창조하느라
꼬질하고 구린 유연제를 깻잎의 대가리 멋처럼 이마에 붙이고 다녔지
애궂은 비가 엄마를 적실 때면
아궁이 귀퉁이에 빨래줄 간이역을 건설하고
장작불 기적소리 온 식구 빨래실은 완행열차 대서사시를 지으셨지
뒤집어 놓은 솥두껑위에
교복치마같은 파전 지지고
한사발 막걸리 안주에 "즈 푸런 초원우에 거림가튼 지플지고" 아버지 18번을 꼬아 마시면
"홍도야 우지마라"는 텃밭의 이 빠진 강냉이는 할머니 입 안에서 오물오물 우주를 돌렸지
그토록 펴고 싶었던 육남매의 가난한 주름을
줄줄이 다 풀먹여 놓고야 만 심장을 관통한 그 총소리 탕! 탕!
시절의 개울을 건넌 빨래 방망이는 더럼통같은
세상의 구정물을 헹구며
베란다 한 켠에 마른 바람이 되어 울컥울컥 나를 말린다
딸 아이 교복에서 깻잎마른 젓내가 난다
나를 꼭 닮은 주름치마 청개구리
세상비에 젖어 울음 주머니 볼록일 때
나는 어떤 간이역의 빨래줄을 이을까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이역 빨래줄에 소환되는 幼年의 추억..
처연하지만, 따사롭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의 빨래를 아시는 분 같네요
빨래를 할 때마다 자주 떠 오르는 소박한 추억은
처연하지만 따사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녀가신 걸음 감사를 놓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있음으로의 여정 그리고 대면하여 같이 해야할 환희가
자연 속 强에 무수히 산재해 있다네
세상은 자기를 떠나가는 한 송이의 떨기꽃이어도
생명으로서 있음은 여기에 있다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슨 의미의 말씀인지는 몰라도
댓글의 마음은 한송이 떨기꽃으로
여기겠나이다
건필하소서 탱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