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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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42회 작성일 21-10-22 12:24본문
어머니의 틀니
우리집 아이보리색 머그잔 물속엔 어머니가 담겨 있다
반여동 친구 만나러 나가시던 울 어머니
현관문을 다시 열고 들어오시더니
야야 내 정신 좀 봐라 내 이빨을 놔두고 나왔네,
얼른 챙겨선 밖으로 나가신다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말은
누군가를 대신해 웃음과 울음을 가진다는 것
어릴적
연한 고기는 우리 주시고
고무 같았던 고기를 뜯으며
오래도록 질긴 세상을 씹으시던 이빨이었다
그 두껍고 질긴 세월들 떠나보낸
늙으신 어머니 속에 대신 들앉은 아홉 개의 하얀 틀니
어머니 대신 가느다란 오후의 햇살을 씹고 있다
오늘은 밤새 동백 이파리에 는개 맺힌 날
호수 같은 머그잔 물속에서
우리 어머니,
하릴없이 가버린 꿈을 씹고 계신다
어릴적 나를,
가만히 깨물고 계신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 대신 가느다란 오후의 햇살을 씹고있다]
[어릴적 나를
가만히 깨물고 계신다]
질긴 세상을 깨물었다는 말이 가슴이 뭉클거립니다
어머니 그 자체 가슴뭉클 하죠.
곳곳의 좋은 표현도 좋지만
가슴 뭉클한 시를 접하니 조금은 숙연해 집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 낡은 이빨로 조근조근 씹으십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모든 어머니에게 나라에서 상을 줘야 하는가 싶군요.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시보다 더 진한 말씀으로 용기를 주시는군요.
지금도 우리집 찬장엔 어머니 틀니가 담긴 머그잔이 놓여 있습니다.
어머닌 거길 왔다 갔다 하시구요.
언젠가 제게도 그럴 날 오겠지요.
맑고 깊은 가을의 오후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형색색 환희로 그리움 대상이 되어준 그대 높음 만한 어짐,
무수한 인고와 저항에 굴하지 않는 풍요로 가는 인색함이
부름할 때면 늘상 갈 곳에 대한 물음에 답이 외길 하나였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 감사합니다.
물음에 답이 외길 하나였단 말은 좀 감동입니다,
좋은 오후 되시길.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승천일텐데 괜찮겠어요
하염없음으로 행해지기도 할텐데요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의 틀니가 참 예쁘고 감동적입니다
우리 어머니도 틀니를 하고 계시는데
잇몸만개한 웃음이 생각나네요
너덜길 시인님의 시가 가슴을 따뜻하게
하네요
고맙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시마을에 오는 기쁨 중 하나가 하늘시님이 돌아오셔서 왕성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올려주시는 시들 늘 반가운 마음으로 잘 읽고 있습니다.
제 자그만 시에 커다란 마음 보태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늘 건강, 건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