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굽으로 걷는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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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18회 작성일 21-10-24 09:00본문
뒷굽으로 걷는 숲에서
하늘시
못난 것들의 뒷굽에는 닳아버린 생의
기억들이 붉은 숲을 이루고 산다는
빈 공책 한 페이지처럼
산적된 실수를 실패의 일기로 기록하고 싶지 않은
퇴고없이 오후를 걷고 싶은 문장이 있다
닳고 있으나, 까지고 있으나
흔적을 숨기고 싶은 생의 앞굽을
이 악물고 사는 잘난체
잘난체를 오래 앓다가
붉은 합병증에 감염되어 숨막히는 답답한 증상이
지속 반복되어 숲에 왔노라
고백하였다
숲의 청진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푸른 솔 눈물의 수액을 급히 처방하고
갈대머리로 까진 뒷굽을 메꾸어 주었다
잘난체는 잘난맛의 면역체라며
햇살에 향기를 굽어야 안색이 좋아지는 꽃잎의 피부도
바람에 이파리를 솎아내야 뼈가 여무는 떡갈나무의 골 수치도
한 철 잘난맛에 병이 낫는 거라고
그렇게 잘난맛이 존재의 굽을 세워주는 거라고
서로의 잘난체를 이유없이 받아주면
누구라도 숲이 되는 거라고
혈압도 재지 않은 붉은 새가 푸른 날개를 점검하고
잘난맛의 처방전을 받아든다
예약없이 특진하려는 붉은 뒷굽들이
줄줄이 숲길로 이어지고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부터, 참 좋은 시를 읽으니 마음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숲과 문장과 처방전의 사유도 좋고요.
오늘 하루 왠지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을 얻고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가운 너덜길님
다녀가셨군요
어제 퇴근길에 인근의 초안산에 다녀왔는데
기분이 가벼워지더군요
언젠가 우리가 만날수 있다면 함께 걷고 싶네요
공감의 뒷굽을 기억하는 하루를 보낼수 있어서
저도 아침부터 좋은예감이 드네요^^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의 내부를 진정한 치료자는 숲이자
영원한 진리인 것을 결합시켜
생의 내부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뛰어난 솜씨에
다시금 감동으로 젖어 들게 합니다.
하늘시 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걸음 감사합니다
힐링님의 시는 내면의 성찰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의식입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렇게 줄줄 흘러나오는 유려함이 부럽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한 발걸음 반갑습니다
마음이 동할 때 후다닥 쓰는 저의 시밭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