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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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09회 작성일 21-10-27 23:33본문
미안합니다 / 하늘시
한 끼를 굶어 밤의 망막을 비워 낸다면 새벽은
어둠일까요 빛일까요
어둠과 빛, 반반의 비율로 갈라 놓은 지하철 입구에서
지팡이에 중절모를 쓴
느낌 좋은 신사분께 정중히 물음표를 던졌죠
저어..기어 가요
건강검진 센타는 몇 번 출구 입니까
굽신 굽신 미안합니다 탁,탁
앞이 안 보이는 1급이라.. 탁, 탁
순간, 뒤를 몰라 신사의 지팡이만 줄 곧 따라가는
한쪽으로 몰린 흰 눈동자가 물음표의 시신경을 까맣게 찔렀습니다
이이쪽 탁, 저어쪽 탁,
절반씩 쳐 올리는 지팡이는 지하철 출입통 고막에 쇠한 이명을 울려 놓고
어디로 떠났을까요
문진표가 입 큰 보드 합판대에 두 눈을 집어 놓고
본격적으로 추궁을 합니다
하루에 몇 갑의 담배 연기로 공공의 기관지를 숨 막히게 했나요
....미 안 합 니 다....
일주일에 몇 병의 알코올로 당신의 간을 배 밖으로 밀어 냈나요
....미 안 합 니 다....
최근에 30분 이상 땀 흘리며 죄사함의 근육을 단련시킨적 있나요
....미 안 합 니 다.....
동일씨라면 이전 검사실로 이동하세요
왜 하필,
1급 신사분께 출입구를 내 놓으라고 장애를 입히셨나요
....미 안 합 니다....
지팡이는 오히려, 왜 왜
눈 덮은 중절모를 벗어 던지지 않고 탁, 탁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연신, 굽신을 신었을까요
얼떨결에 얼버무린 죄
무턱대고 턱을 벌린 죄, 죄
미 안 합 니 다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당신은 몇 급 입니까
나는
빛을 굶기고
어둠을 비워내지 못한 마이너스 입니다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이제 개벽의 열쇠를 드릴테니
죄수복을 탈의 하시고
천지분간의 도수로 갈아 입으시고 철 든 지하로 내려가세요 꾸벅,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만 Volt 의 전압으로 정수리를 얻어
맞은듯 하네요
급수도 없는 산송장처럼
사는 저같은 처지의 잉간 剩間쪼가리에게도
시를 통해 친절하게 개벽의 열쇠까지 건네주시니
고마운 시 한 편이란 느낌요
미안하다니요..
천만에요
별 말씀을 달처럼 하시고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년 이맘때면 건강검진을 하러 가는데요
작년에 지하철 종각역 출입구에서 하필 시각 장애분에게 길을
물어 실수한 것을 시로 적어놓은 일기입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제대로 사과도 못했는데 검진 날짜가 다가오면
그 신사분이 생각납니다
선돌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챙기시고 좋은 시 많이 쓰세요^^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가 산송장 같아서
죽으면 늙어야지..합니다만
시가 담지한 오의 奧義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와 닿는시성 詩聲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주제넘은 댓글,
혜량하소서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별말씀을요..
선돌님 정수리에 전압이 아마도
시의 메세지속에 담긴 하늘시의 의도와
비슷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어서 늙더라도 시는 쓰셔야죠^^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안 힙니다.시사 하는 이 화두가 던지는
일상의 내부를 파고들어
우리의 자화상을 거침없이 그려내고
섬세함을 통해서 상징성을 돋보이고 있어
감동자체입니다.
하늘시 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직장일을 핑계로.. 시마을에 자주 못 오는데
다녀가셨군요
힐링님의 시 잘 읽고 있습니다
일상의 내부를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