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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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3회 작성일 21-10-30 10:22본문
갑장甲長 / 백록
뜻풀이로는 천간天干의 첫째
甲의 우두머리인데
사실은 육십갑자가 같은 동갑내기들이다
정유년에 이 세상으로 기어 나온 붉은 닭들인데
어느덧 희끗희끗 시들시들하다
어제는 마침 잔칫날
갑장의 막내딸이 시집가는 날
이날은 얼핏, 아직도 옛 풍속이 희미하게나마 남은
고향마을의 풍경이다
길일이라 그런지 동안의 애매한 거리조차
다행히 느슨해지던 날
한가운데 밥상머리에선 옛날 같지 않은 수탉들 술을 주고받으며
꼬꼬닭 꼬꼬닭 왁자지껄이다
물론, 개중엔 웬수의 꿀 같은 술을 마지못해 끊어버린 친구도
몇몇 있었지만,
마당 한켠에선 멍석 위로 윷가락를 던지며
모여 윷이여 야단법석이다
이리저리 눈여겨보노라니
불현듯, 일찍이 세상을 떠나버린 갑장의 초상들이 얼씬거린다
그 처자의 그림자를 밟으며
그 동생이며 친척들의 닮은 모습에서
죽은 이름들이 쓰윽 지나친다
우리보다 훨 젊은 모습으로
순간, 술에 취해 아차 싶은 혓바닥으로
‘어이, 갑장 오랜만일세’
헛소리 기어 나오다 말았다
저도 모르게
헐!
댓글목록
희양님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갑장은 정겨움이 색칠을 하지요
끈적해도 좋을
한 때의 아름다움이라 하더군요
어떤이는 팔십에 13명의 갑장 절친들을 다 보내고 여백의 시간을
한숨으로 닦았다지요
술 한잔에 해학이 깃든 시편 즐감했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도 시골 고향 갑장이 24명이었는데
벌써 셋은 이승을 떴고
둘은 행불이네요
아직은 우글거립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