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위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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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01회 작성일 21-10-30 15:09본문
무릎위의 학교*
하늘시
탱자나무 가시위에
부화 된 빛들이 노랑노랑 익을 때
저녁 무릎위에 반딧불들이 굴뚝의 연기를 물고
夜學야학 시간을 알려 줍니다
선상님 말쌈 단디 드럿쟈아
점심 밴또 허블라게 까 묵지 안앗쟈아
느무 수박 대그빡에 말때기 안 쳐박고
싸개 싸개 지배 오라카이
엄마의 무릎위에 귀를 뉘어놓은
말썽꾸러기 같은 못이 박힌 문장들을 간질간질
파 내고 있던 시절의 성냥이 허블나게 그리워집니다
학교종의 대롱같은
순한 반딧불의 꽁무니를 꺼 버린 손가락에는
스마트한 폰벨이 詩의 때도 없는 손아귀를 움켜 쥐고
갉아 먹히는 영혼의 고막을 무지막지하게 건지럽히고 있습니다
운동화의 아들들을 쫓아버린
농구 골대의 아갈통에는 거미줄같은 마른 하품만 매달려 있습니다
동네 꼬맹이들의 등을 밀어주던 모래 신발의 그네는
아이들 웃음이 묻은 벤취의 무릎위에 눕고 싶어
엉덩이가 많은 시소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발목의 판을 내어 놓습니다
팬더믹한 지구의 축제는 일상의 무릎위에 세운
학교종의 성대를 잘라 버렸습니다
교과서를 버린 책가방에는 구겨진 교복이
포스트 모더니즘 엄마들의 무릎뼈에 말뚝을 박고 있습니다
우여곡절의 종을 울리며
엄마의 무릎을 졸업한 시절은
베고 잠들었던 고막에 이명의 종소리를 달았습니다
놀이터를 잊을 수 없는 민들레는
풀어진 신발끈을 그냥 놔 둔 채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을
반딧불이 떠난 곳으로 날려 보냅니다
서로의 무릎을 찾고 있는 조용한 어둠이
불 꺼진 가게문에 기대 마스크를 벗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 도서출판 디자인하우스 '무릎위의 학교 ' 지은이 안순배
책제목 배껴쓰다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확실히 단절의 시대이자,
영하의 체온이 강조되는 시대라는 생각
그런 시대적 사조에 뭔가 저항하는 의식이
짙게 깔려있음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그리움과 따뜻함을 그리는
그림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을
관조하는 차분함이 좋습니다
네, 그런 거 같아요
냉혹한 세상살이로
서로에게 닫혀있는 마음은
코로나 - 마스크때문에 단절과 격리는
더욱 더 강조되구요
2연의 정감어린 구어체는
이 시를 한결 더
맛깔지게 하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절된 시대에 가게문도 닫히고
학교문도 닫히고
사람들의 거리문도 닫히고...
유년의 엄마 무릎위에서 간질간질 귀이개(성냥 머리)의 이야기는
못이 박혀도 그립습니다
제목에 비해 글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 시라서
올릴까 말까를 고심했는데
이 마저도 스스로를 위로하며 내어 놓았는데
선돌님 댓글에 괜잖다 우겨볼랍니다
항상 좋은 말씀에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셔서 공감의 시 많이 쓰세요 꾸벅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보구 공감의 시, 많이 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신작은 엄두를 못내고
- 글을 쓴다는 게 학실히(확실히)
신체의 건강 상태에도 비롯되더군요
(제 육신의 나이.. 70 일흔)
다만, 올렸던 그간의 쓰레기 같은 제 글들을
참회 懺悔하는 마음으로 되돌아 보며
그 중 퇴고할 게 있으면 하면서
오래 전에 올렸던 글들을
다시 올려보곤 한답니다
<저승 비자 VISA> 획득하기 전까지
'무료한 시간 때우기' 라고 할까 (웃음)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 ㅎ 청춘은 일흔부터 라고 기타교실 80신사분이 말씀하셨어요
저승비자 획득하더라도 시는 쓰실것 같아요^^
가을이 예쁘지는 10월의 마지막날입니다
건강이 조금 더 업 되는 11월 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