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창작시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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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수

내가 처음 하나의 나로 이 땅의 중심을 찾아 바로 설 때

그날이 어느 날인지 기억에 없으나

그 첫날을 하룻날이라 칭하자

이 지구가 하늘에 둥둥 뜬 것이라 비로소 느꼈을 때

그 시작을 초하루라 정하고

그 하루하루가 쌓인 365일을 1년이라 정하자

그 1년도 간혹 하루가 모자라면

사계절 같은 4년마다 하루를 더 보태며

마침 오늘은 11월 초하루

초승달 혹은 그믐달 같은 나의 손가락 열 개도 부족하여

너의 손가락 하나를 빌려 덧붙였지

그럭저럭 하나하나를 쌓다 보면

나와 너의 손가락도 부족하여

잠시 잊어버린 발가락을 더듬으며 헤아려야겠지

하여 이달의 끝날이 닥치면

마침내 1을 지그재그로 구부린 2라는 숫자가

乙처럼 혹은 철새처럼 나의 곁을 얼씬거리고

그냥저냥 하루하루를 보태다 보면

우리는 세밑을 기웃거리겠지

도로 첫 달 첫날을 찾아

그 새 1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