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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와 함께하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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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5회 작성일 21-11-04 10:21

본문

  빈센트와 함께하는 산행 





  이제야 난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


  희망이 

  한 덩어리도 남아있지 않은 늦가을 지붕에도 

  별이 빛나는 밤은 찾아오고


  해 저문

  숲의 등을 밀며

  깨달음은 한 발짝 늦게라도 걸어들어올 테지요


  칠백 번의 겨울을 견딘 영국의 오크나무에게서처럼

  산등성이 오르다

  지친 다리가 떨려올라치면

  나는 밤까지 따라다닌 그림자를 버리는 연습을 합니다


  여기는 작은 늪과 무덤이 나란히 누워 있는 숲속 공원


  예까지 소풍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높다란 메타세콰이어 이파리와

  이파리를 보듬는 햇살과

  햇살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발밑에서 튕겨나오는 먼지와

  곁에 서서 먼지를 받아먹는 늪지 속 부들 열매와

  부들의 하얀 가루를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무덤과 함께,


  우리 생의 남은 시간의 그림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림엔 그림자가 없고,


  나는 숲의 등에 업혀온 내 야윈 그림자를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가만히 덧칠해 보려는 것입니다






  *: 돈 맥클린의 노래 '빈센트'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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