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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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ay / 백록
애초의 나의 본색은
불이었다
물이었다
어느 바람이었다
아니, 그 바람의 씨였다
그 씨앗은 모처의 은밀한 자궁의 도량에서 열 달 동안 묵언수행을 하고
불현듯, 이 세상으로 새싹을 틔웠을 터
불은 어린 정신을 북돋우며
물은 작은 육신을 살찌우며
들숨 날숨의 바람은 허파로 품고
이승의 육십갑자를 돌고 돌았을 터
지금은 어느덧 모천으로 회귀하는 길
그 초입이다
지친 정신으로 불사르며
낡은 육신으로 물을 끓이며
가쁜 허파로 숨 고르며
막바지로 가는 이 길목은
도로 처음으로 향하는
환생의 행간이다
마침내 홀씨가 되어 바람에 휩쓸려버릴 이 길은
물길 따라 흐르는 어디메 즈음이다
불 따라 오르는 길목이거나
댓글목록
포엠스타님의 댓글

오! 마이 웨이~
시적 표현이 깊고도 깊어
잠시 탐색 좀 하였습니다.
이것도 모험이네요.
이 지역 코로나 비상사태로
탐색 기간이라
며칠이 될지 몇 주가 될지 모를
방콕에 와 있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사실 알고보면 인생길 다 고만고만입니다
나고 자라 먹고 싸고 흥하고 망하고
물론 질적으로 각기 차원마다이겠으나
알고보면 도긴개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거랍니다
태국의 방콕이나
초가집 방콕이나
일장일단
김태운님의 댓글

등신불 / 김태운
나무가 바람에 탈탈 털리고 있다
아니다
스스로 털고 있는 거다
바람은 수행을 위한 죽비일 뿐
혹은 목락이거나
깨우치고 있는 거다
훌훌 비워버리는 거다
한동안 울긋불긋해진 것들
불에 태우듯
나목이 곧 당신의 진면목인 양
그 본색을 드러내는 거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