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비가 내리면 > 창작시의 향기

늦가을에 비가 내리면 / 金然正

늦가을에 비가 내리면

천등산 감싸 안은 희뿌연 비안개

마을까지 찾아들고

내 집 뒤란 병풍을 친 울타리는

왜 그리 숭숭한지

떠나는 가을에

길을 내 주고 말았다

가을이여, 안녕~!

후둑! 후둑!

빗방울이 소리를 내며

살구나무 젖은 낙엽 위로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흐르고 또 스며들어

땅 속으로 가을이 꺼지고 있었다

농부가 손을 놓은

배추밭, 무우밭

어질러진 밭고랑에는

미처 마감 못한 가을이

남겨진 채 젖었다

송아지 보고파 집 향하는

할매기 어미 소 울음소리

저녁을 부르고

일찌감치 집 찾아 돌아온 새들은

젖은 깃털 고르며

찬기에도 아랑곳없이

긴 잠에 들 준비를 마쳤다

이어 깊고도 따스한 안식이

온 세상을 덮었다

늦가을에 비가 내리면

늦가을에 찬비가 내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