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몰락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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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02회 작성일 21-11-12 20:42본문
달이 몰락하고 있어요
하늘시
오직,
수신벨만 알고 있는 일방적 안부를
폴더폰같은 목걸이에 매달아 기약없을 골목 귀퉁이
올망졸망 붙어 사는 지킴이들
1004같은 아가들이
김치 한 조각을 오물오물 나누는 104마을* 달의 동네*
살려 주세요
온 몸의 주름을 들추어
낼름낼름 허공을 집어 먹는 허리가 가늘어진 연기는
오늘도 배가 고파
한 조각 달을 찾아 흐느적 거려요
백발의 아가들이 유모차를 팔기 위해
튀어 나온 담벼락 발목에 척추뼈를 구부려 놓고
신문지같은 햇살 한 줌 깔린 꼬부랑 노점상을 들고
구부러진 등 받쳐 주는 실한 놈이라고
문풍지같은 틀니를 덤으로 끼워 준다며
객이 없는 하루를 그렁그렁하게 차려 놓고 있어요
때가 되었다며 하나씩 내 놓은 유모차를
흥정없는 밑천으로 사 들이는 하늘이 미워요
목걸이를 뺏어가는 생의 흔적들이
손수레에 박스처럼 누워 있는데
찬물에 밥 말아먹듯 젖은 저녁을 씹고 있는 구름도 미워요
주인을 버린 창고마다
연탄제의 가짜 감정에 속아 목숨이 타 버린
비닐 지붕 펄럭펄럭 날 뛰고
한 덩이 아랫목에 묻어 놓은 식은 밥처럼 새벽의 무릎은 뼈를 삭히는데
마을을 끌고 다니던 유모차
주인을 잃어버린 골목마다 벗을 찾아 사방팔방
돌아 다니는 바람 윙, 윙 울고 있어요
재개발의 수류탄에 폭격당한
아가 1004의 슝, 슝 구멍 뚫린 봄
달이 몰락하고 있어요
* 서울 노원구 소재 고지대 104마을 달동네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중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아름다운 분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팔월 출근길을 읽으며, 안정되고 울림이 있는 정서가
좋았지요. 의미로운 자화상의 사유도 좋았습니다.
근데, 즈음의 심상에 변화가 있었는지 시어가 무척 거칠게 느껴져요.
호흡이 빠르고 사유의 지평이 넓어서 눈은 시원합니다 만
독자로서의 느낌이 이전과 다름이라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평을 하자는 것은 아니니 좋게 생각 하셨으면 해요.
늘 건안하시고 좋은 시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류꽃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가
창가에 핀 석류꽃입니다
시가 있고 마음이 있고 관심이 있기 때문이지요
즈음의 심상에 변화에 앞서
시를 떠난 시간들의 바쁜 고행의현실이 먼저였다고 변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거칠어진 시체를 들고 나와 현실을 닦아내고 있다는 것
이전과 같이 산다는것은 신의영역인듯 싶네요
고맙고 고맙습니다
좋은시는 못 쓰지만 마음이 허락한다면 받아쓰기는 해 볼려고
나름 노력해 보겠습니다^^
종이비누님의 댓글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이전과 다름에게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 한 사람중에 포함 되는 사람이죠...ㅎㅎ
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이 탓에 정서는 메말라 가지만 저는 요즘 옛날글들
뒤적이며 삽니다 ^^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종이비누님 오랫만에 뵈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직장일의 핑계로 자주는 못 오지만
퇴근후 시마을에 들어와 쉼을 얻는 시간이 나름
나름 달달한 휴식입니다
하늘시에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움에서 더진한 아쉬움으로 추락한다고 해도
이해 바랍니다
나이탓도 있을테고 정서탓도 있을테지만
저도 잘 모르거든요 제 시가 왜 거칠어졌는지는...ㅎㅎ
세월탓이라 우겨보면서 ...
행복하게 마무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