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동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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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35회 작성일 21-11-16 12:46본문
가문동에 가면 / 백록
가문동 포구에 가면
이런저런 영상들이 오버랩된다
별이 내린 베린내가 비친다
어느 시인의 숨비기꽃이 어른거린다
정박된 폐선의 근심이 흘수선을 출렁인다
구겨지고 찢어진 편지봉투가
물고기 시체인 양 떠오르다 자맥질한다
흐물흐물
흐릿한 동공이 가문동 방파제 등대에 오르면
이런저런 섬들을 수소문한다
관탈의 갈치가 비친다
추자의 멸치가 어른거린다
흑산의 홍어가 출렁인다
그 너머로 육지로 보낸 소식이
물결인 양 자맥질한다
가물가물
이윽고
달덩이 같은 태왁이
가슴을 찌르는 빗창이
이 섬의 구속 같은 망사리가
미역을 감던 내 누이들
그 비바리들이 사뭇
얼씬거린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루머 / 백록
네카시즘은 `네티즌'과 `매카시즘'의 합성어라는데
이를테면 마녀사냥의 열풍이랄까
미세먼지 같은 어떤 이슈가 나타나는 순간
코로나처럼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며 어슬렁거린다
촐랑이는 이런저런 마스크의 댓글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리다 보면
마침내 출렁거린다
아니나 다를까
천연기념물 담팥수가 죽어가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말라 죽더니
그 기슭 늙은 소낭들 하늘소에 치여 시들시들하더니
하늘이 내린 섬에서 천년을 품고 나고 자란
늘 푸른 나무 너마저
기어코
되살려야 하는데
어리석은 사람들 내로남불이라는 시쳇말에 현혹되어
오롯이 속고 있는 거다
이 땅이 퍼뜨린 아가리질에 스스로 시달리며
마냥, 하늘 탓만 하며
사뭇, 쌀쌀한 이 계절이면 애기동백의 붉은 눈총들
간혹, 애처로이 밟히는데
말 많은 사람들
저들의 정체는 왜놈들이 뿌린 씨앗이라며 나무라는데
말 없는 나무들 그 전생의 근본까지
속속들이 따져야 속시원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동네 담팥수 몇몇은
그런 내막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그스레 피운 애기동백꽃들
당신의 넉넉한 초록으로
기꺼이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