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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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9회 작성일 21-11-18 04:46본문
헌화가
꽃이 저만치서 흔들리고 있었다. 한낮이었다. 너는 꽃을 어디 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다가도 내 망막 위에 아련한 수제비꽃 한 송이 살포시 심어놓고 가는 것이었다. 연둣빛 수면은 호흡을 멈추었다. 물비늘 안에서 계속 흩어지는 수제비꽃의 형체는 영 잡히지 않았다. 너는 자꾸 이리로 건너오려 하였다. 너는 청록빛으로 거기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타들어가는 손가락 끝에서 손톱이 하나 둘 빠졌다. 비린내 역한 여름이었다.
너는 그 꽃이 차가운 물 밑으로 영영 가라앉았다고 했다. 뻘로 나가는 강물에 지친 하구의 표정, 거친 진흙의 폐가 뜨겁게 뜨겁게 들썩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살점이 뜯겨져 나간 빨간 뺨, 수면 아래 가라앉아가며 다시 속삭일 날이 있을까. 파아란 돛 찢기어 나가고 다문 입술에서는 붉은 즙이 흘러나가고 하얀 치아들이 닳은 옥돌처럼 빈 집으로 찾아들어가는, 결 고운 바람 슬쩍 치워버린 팔랑이는 후박나무 잎들과 무화과 나뭇가지들 사이 불리워지는, 꽃은 간절히 저만치서 가라앉는 폐선을 바라보는 중이라 했다. 빈 집이 있었다. 벌새 한마리 윙윙 경계 넘나드는, 외로운 양귀비꿏 닮은.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낮 이었디? '지' 아닌가요? 그리고 2연 에서 -- 하구의 표정 ---다음에 , (쉼표) 를 빼 먹으신 것 같습니다.
이렇듯 즉흥 적으로 쓰신 시 같은데 정말 대단 하십니다.
놀랍습니다. 수작입니다.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과찬이십니다. 말씀하신 부분 수정하였습니다. 격려해주시는 말씀 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