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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기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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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75회 작성일 21-11-21 12:11

본문

소설小雪 기슭에서 / 백록


 

 

온다는 눈은 아니 오고 시방의 사방은 안개 자욱하다

마침, 고양이 한 놈이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바스락거리며 지나치는데

그놈의 눈과 내 눈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마주친다

얼핏, 내 망막으로 시몽이 얼씬거리는데

설핏, 그놈의 눈가엔 구르몽이 비치는 듯

그 사이로 시 몇 줄 흐른다

색과 색들이 뒤섞인 채

울긋불긋 뒤죽박죽인

낙엽들처럼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몽, 그대의 각막은 눈처럼 허옇구나

시몽, 그대의 가슴은 눈처럼 차갑구나

시몽, 그대의 무릎은 눈처럼 시리구나

 

그대와 나의 시계를 물어뜯는 이 안개 무리 물러가면

저 산정에 온다는 눈은 과연 와 있을까

근처에 동백꽃들은 더욱 붉어졌을까

흐리멍덩한 내 눈시울이 요즘

더 불거진 것처럼

 

시몽, 그대가 떠난 지금 난

색 바랜 소설 기슭

단편소설 같은 줄거리 속에서

낙엽 한 줌 수습 중이다

댓글목록

달래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달래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절기는 겨울인데 가을이 방을 안빼네요. ㅎ ㅎ
올해는 아직 눈 소식이 없습니다.

빨갛게 피어나는 동백꽃 위로 흰눈이
살폿살폿 내려 앉으면 환상적일 텐데,
찐득한 겨을 안개만 자욱합니다.

오늘도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밤엔 겨울비가 찔끔 내릴 거라던데
아마도 한라산엔 눈이 내릴 겁니다
여전히 안갯속이라 오리무중입니다만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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