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 창작시의 향기

시간여행

- 비수

오늘 밤 자정에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갑갑할 대로 갑갑한 이 지경을 빠져나갈 것이다

내일의 예정지는 소설(小雪)이라는 곳

거기엔 하얀 눈이 나의 검은 눈을 반길 것이다

만약 눈이 없다면 나는

눈을 더 크게 뜨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눈이 많다고 소문난 대설(大雪)로 찾아갈 것이다

눈발 펄펄 날리는 날

눈길을 밟고 걷다 보면

옛날에 함께 뛰놀던 눈사람들과도 만날 것이다

조금 더 지나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던데

그날엔 어린 애동지며 젊은 중동지며 늙은 노동지도 모두 만나

팥죽을 쑤어 먹을 것이다

그로부터 머잖은 시간에 웜홀(Wormhole)이 있다

희망찬 새해 첫날로 빠져나가는 지름길이 있다

신축(辛丑)의 늙은 소의 걸음으로 꾸물거려도

순식간인 그 끝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