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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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31회 작성일 21-11-23 16:30본문
감소고우(敢昭告于)
- 비수
오늘 아침 왕으로 착각한 어느 짐승이 인두겁을 쓴 채로 저승으로 갔답니다
그것도 졸수(卒壽)에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사자(使者)들에게 붙들려 갔답니다
그들은 아마도 구천을 떠돌던 무등산 원혼들일 겁니다
그것도 33년 전 눈 펑펑 쏟아지던 날
백담사로 도망가던 날을 골라 도망치듯 갔답니다
지난날 당신 지갑엔 29만원밖에 없다던데
그 돈이면 마치 천년을 살고도 남을 듯하던데
과연 저승 갈 차비는 챙기고 갔을까요
며칠 전 죽은 자칭 보통사람이라는 친구는
제 무덤도 못 찾아 헤맨다던데
이 者가 부관참시라도 안 당하려면
무덤은 어디메쯤으로 정할는지
억울한 사람들 호시탐탐할 텐데
그거나 알고 갔을까요
그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백비(白碑)가 딱 어울리겠지요
죽어도 앙다물려거든
상석(床石)엔 죽어도 원치 않는 사과는 삼가하시되
그럼에도 비문이 꼭 필요하다면
별 볼 일 없는 나라도 몇 자 써드리리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전면엔 ‘망조의 묘’로
후면엔 ‘망년망월망일 졸수에 죽다’로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룁는 말씀에,
귀를 좀 열런지... 입을 좀 열런지...
구천을 떠돌지 않으려면 죽어서라도 대죄 앞에 엎드려 빌고 가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