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편지 > 창작시의 향기

안부편지

1.

조합 마스터가 나에게 의뢰했어
군의 원정에 맞춰 식량조달을 납입하라고
북해 사람들은 어패류를 좋아하나 보군
오래전 선친과 진해에서 먹었던 대구회
브라보콘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던
나도 당신의 혓바닥에서 녹아내리고 싶다
더블린 북쪽 해안에는 대구가 잘 낚인대
오늘 밤 와인으로 찐 대구 요리를
겨울편지처럼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어
어때, 요즘 잘 지내니?

​

2.

만약 당신이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이름 없는 공원에 가보세요
메타세콰이어 늘어진 그늘 아래
그 푸른 음성으로
시인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뭐랄까요?
와인에 찐 대구 요리처럼
그리움은
청설모가 남겨 둔 도토리 몇 알 같은 것
나는 오늘 밤 쌉싸름한 도토리묵을
당신을 위해 처음으로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