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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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老母)의 탄식
내 나이 아흔살이 되었다고
이제 살만큼 살았지 않았느냐고
그러니 이제 바람결이나 강물 그 어디로든지 가버리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당신은 왜 그렇게 밖에 엄마노릇을 못했느냐고
엄마는 왜 아들만 사랑하고 귀히 여기고
딸년들은 왜 전부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였느냐고
그렇게 몰아세우지 말아라.
나도 힘든 세월을 살았다.
밤낮으로 일하고 시부모 섬기고 자식들 키우느라고
허리가 굽고 무릎이 닳았느니라.
너희가 아느냐.
열 달 동안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다 한가지니라.
너희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감히 욕하지 말아라.
그러는 너희는
그렇게 이 어미만을 죽도록 사랑했노라고 말할 수 있느냐.
나는 이제 곧 떠날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나는 모른다.
내가 언제 너희를 다시 만나겠느냐.
나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생(生)과 사(死)의 경계를 넘어갈 날이 멀지 않았느니라.
한번 아차하면 스러지고 말 인생일진대
오늘 하루 너희와의 이별이
정녕 끝이 될까 나는 두렵구나.
댓글목록
이면수화님의 댓글

이렇게 받아 적기만 해도
시가 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한 연 정도는
못 들은 척해도 좋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