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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이 식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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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우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회 작성일 21-12-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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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이 식으면



아직 헤어지기 싫어 남아있는 푸른 잎사귀마저
혼자 살 때도 되지 않았냐며 말하는 바람의
점점 차가워지는 입김에 못 이겨
나뭇가지에서 차츰차츰 떨어져 독립을 해갈 때

홀로 청색 폴 메이저 외투를 걸치고
덕진 연못 내다뵈는 하늘못문고리를 당긴다

쌍화탕 가득한 향이 진하다 못해
바람마저 붙들어 매어 그 찻집 앞에
진한 향을 품고 머물러 있을 때
처음으로 나 홀로 하늘못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 누구 한 명 없는 고요한,
내 외투 색과 같은 시간에
덕진 연못 물결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단정한 주인아주머니가 건네시는 메뉴판에서
황차를 고른다

바깥의 쌀쌀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창가에 앉아
주인아주머니가 소박한 목재받침에 내온,
더운 김이 올라오는 조촐한 황차 찻잔 하나와 보온병 하나

녹차를 발효시켜 황색을 띠지만 청아한,
은근한 향을 내뿜어 미소를 잣게 하는 황차를
한 모금, 한 모금 입술에 머금는다

아직도 나무 자락엔 청록 몇 가닥이 버티고 있다
그 모습 보며 상감청자 비슷한 찻잔에 황차를 벗 삼아
이태백 술잔에 취하듯 황차를 음미한다

첫 잔 비우고 나니 아쉬워 다시 한 잔
두 잔 비우고 나니 따스해 다시 한 잔
석 잔 비우고 나니 매료돼 연거푸 한 잔, 또 한 잔

모차르트가 흘러나오는 하늘못 황차는 향이 오래 가
몇 잔을, 보온병 몇 병을 비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서서히, 서서히 첫 잔의 향기는 초심을 잃어간다

처음 와 본 하늘못에 천천히 익숙해져갈 때 즈음
바람처럼 첫 감흥도 흘러가버렸다

아마도 첫사랑도 이런 것이었을까,
모든 첫 번째는 찰나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황차를 마시듯 머릿속에 스며들자
마지막 잔을 채우고 콧속 깊이 황차 향을 들이 마신다

처음은 찰나지만 그 여운은 평생 가듯이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올 것만 같은 이 향기, 이 풍미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술에 마지막 모금을 머금고
온기가 남아있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그 온기 다할 때까지는 나가지 말자,
따스했던 첫 잔이 온기를 잃은 마지막 잔이 될 때까진

손바닥을 데웠던 황차의 온기가
더 이상 찻잔에 남지 않게 되자
미련을 버리고 찻잔에서 손을 뗀다

마치, 창가 밖으로 내다뵈는 나무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마지막 파란 잎새가
드디어 나무를 뒤로 하고 독립을 하듯이

들어왔던 자리로 되돌아 발을 뗀다,
잠시 머물렀던 이 공간에,
식어버린 찻잔과 보온병 하나를 남긴 채

그리고 언젠가 다시
나무가 새 아기들을 가질 때면
나도 다시 이, 첫 번째 황차 잔을 기울였던 자리에 앉아 있겠지,
따스했던 찻잔이 마지막 온기를 잃어버린 찻잔으로 변해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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