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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대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59회 작성일 21-12-18 10:29

본문

칼의 대화 / 백록



 

성질머리가 천생 칼끝 같은 남편과 갈수록 칼날 같은 아내가

전쟁 같은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넌 항상 그러더라'며 툭 내지르는

칼끝 같은 비난과

'넌 뭘 잘했길래'라며 쓱 내비치는

칼날 같은 냉정의

 

'내가 너랑 말하느니 차라리 지나가는 개랑 말하겠다'

경멸의 칼끝과 외면의 칼날이 으르렁대고 있다

 

잠시 후,

 

남자는 칼끝 같은 혓바닥을

쓴 소주로 홀짝거리며 헹구는가 싶더니

거실에서 코를 골고 있고

여자는 캍날 같은 혓바닥을

찬물로 달그락거리며 씻는가 싶더니

이내 안방으로 사라진다

 

창밖엔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눈보라

여 보란 듯, 희끗거리는데

오락가락하는데


 

 

 

댓글목록

달래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달래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이 먹으면 대개의 부부는 그렇지 않을까요.
너무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장점은
묻혀있고 단점만 보이는,

부부는 전생에 원수가 만나는 거랍니다. ㅎ ㅎ
속마음은 서로 믿으면서 그렇게 사는거지요.
저도 그렇게 삽니다.
그래도 저는 웃으며 읽고 갑니다.
공감가는 글 고맙습니다.  백록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장경 / 백록



한라는 부처다
파란만장의 경전인 제주 바다는
바람 부는 날이면 
무조건 그를 향해 절을 한다
출렁출렁
이름하여 삼천배

중생들의 시선으론 도무지 비치지 않는
이어도야말로
도솔천의 경전이다
한라도 간혹,
이어도를 향해 염불을 외운다는데
수심에 잠긴 사바하의 세계를 떠올린다는데
속세의 안녕을 기원한다는데
언뜻, 어리석은 중생들을 놀래킨
요즘의 울림이 불현듯,
갯바위를 채찍질하는 파도의 말씀으로
그 포말로 얼씬거린다

지진이라는 그 진동들이 혹,
부처의 절이었을까?
싶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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