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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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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4회 작성일 21-12-19 10:31

본문

12의 행간 / 백록


 


12월의 하늘은

대체로 검다

12월의 바다는

사뭇 거칠다

12월의 땅엔

바스락거리던 낙엽들조차 어느새 행방불명이고

그들이 뒹굴던 자취들은 무지 척박하다

 

덩달아 나의 방도 쓸쓸할 수밖에

흐릿한 시선엔 고작

달력 한 장 달랑

허구한 날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벽시계 하나

자나 깨나 홀로 떠드는

형광의 소음

손님이라곤 너무도 당당하여 꽤 부담스러운

언제부턴가 이 중성을 본체만체하는

귀하디귀한 여자의 존재

그 사람이 그 사람

12월은 그래서 더욱

고독할 수밖에

 

하여,

놀이 삼아,

남은 달력 한 장에서 남은 숫자를 헤아려보니

딱 12일이 남았구나

그래,

그게 좋겠다

오늘부터 당장

날짜를 거꾸로 헤아리며 지워보자

다 세고 나면

비로소 어르신이 되는 해라는데

모든 걸 새로 세는

 

그리하여,

시험 삼아,

환해진 처음의 1부터

도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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