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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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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3회 작성일 21-12-19 18:00

본문

데자뷔

 

- 비수


 

까마귀를 보면 내가 보인다

속살이 붉다는 걸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 시커먼 털을 뒤집어쓴

저놈의 동공을 유심히 살피노라면

붉은 심장으로 깊숙이 숨겨둔 하얀 비밀 하나가 혹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내가 얼씬거린다

 

간혹, 저들이 기웃거리는 순간

내 겨드랑이가 간지러운 걸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갈수록 눈과 귀는 어두워지고

성질머리는 까칠해지고

더구나 날이 밝아지는 걸 두려워하는

요즘의 상태를 보면

보다 확연해진다

 

지금도 한숨에 날고 싶어 눈 덮인 먼 산을 바라보는

나의 망막으로 뚜렷이 각인된 점 하나가

그걸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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