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의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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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4회 작성일 21-12-19 18:09본문
추적추적 쏟아지는 필선들이 드러내는
이 시린 비애의 명암 마저도 그림이 되는
순간이란 얼마나 애틋한 액자냐,
하늘은 온통 먹장구름인데
송이송이 떨어지는 눈송이는 새하얗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은 맑아서,
참 더럽다며, 캬악 끌어 뱉은 가래침이
얼었다 녹은 자리에 민들레 제비꽃이 피고
춥다, 춥다 하며 내쉬는 숨마저도
안이 펄펄 끓는 듯이 입김이 피어 올라
세상에 믿을 것은 모순 뿐인가
몇 발작도 걷기를 싫어하던 내가
길을 잃으면 자꾸만 걷는 것이나
나무는 가만히 서서도 멀어지고,
나는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이고
오히려 파란 신호등보다 빨간 신호등이
우산을 돌리며 나를 쉬게 하는 것이나
사랑일수록,
진짜 사랑일수록 더 아픈 것이나
어둠을 묘사하려고 필선이 쏟아지는데
오히려 빛이 드러나는 것이나,
한 가닥이라도 옷깃 사이로 차가운 선이 떨어지면
후두둑, 치밀한 필선들을 솔잎처럼
소스라치게 털어내며 자화상 밖으로 내가 걸어나와
오히려 완성 되어져 가는 자화상이나,
겨울이 따뜻해서
이토록 차가운 비가 내리는 것이나,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수려한 필선이 색동저고리 옷소매를 닮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간 읽기만 하고 소감을 적진 못했는데,
뭔가 시의 맛이 깊어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것이나, 라는 결구도 시의 느낌을 한층 살리고 있구요.
이렇게 자주 시를 올려주셔서 고맙단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