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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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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7회 작성일 21-12-27 10:14

본문

고양이는 언제 식빵에게서 그 자세를 배운 것인지,

시름시름 해가 저물어도 매대를 지키는 식빵의 자세로

고양이는 한 덩어리의 안녕, 안녕! 하고, 밤 식빵을

사들고 놀러 온 친구가 인사를 해도,살짝 떴던 눈을

다시 감는 안녕이다.


금방 오븐에서 꺼낸 식빵의 온기를 백년 동안 간직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 진 빵들에게도 자세는 있다. 차갑게

식어서 어디론가 팔려 나갈 때까지 딱 하나의 자세를

지키는 것을 안녕이라고 하지 않고, 고행이라고 한다

식빵 자세, 마늘 바게뜨 자세, 꽈베기 자세, 던킨

도너츠 자세, 심지어는 이불을 둘둘 감고 누운 롤빵

자세까지, 우리가 빵들에게서 배운 자세들은 결코

말랑말랑하거나 달달하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속을 잡채와 고기로 채운 고르케 자세는 터부룩하고

한꺼번에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샌드위치의

자세는 스스로를 가위누르게 된다. 식기

전에 어쨌거나 설탕에 구르고 보자는 찹쌀 도너츠의

자세로 여자를 안았고, 온통 터지고 갈라진 소보르의 

자세로 돈을 벌었고, 때로는 작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호두빵의 자세로 여행을 떠났고, 어떤 하루는

정수리에 불꽃을 이고, 누군가의 행복을 기원하며

제 존재를 절단 내는 생크림 케잌의 숭고한 자세에

이르기도 하며, 오븐에서 나온 빵이 그 온기가 식기

까지의 순식간을 매대처럼 지켜 온 것이다. 

가끔 가장 단순한 반죽에서 오롯이 부풀어 오른

덩어리 속으로 침잠하며 세포의 밀도를 늘어뜨리고

포실포실한 틈새를 열고 바람을 들이는 연습을 하지만

식빵과 고양이만 이룬 그 자세는 자세이며 득도라

범인들이 감히 이를수 있는 지경이 아닌 것이다.


챠르륵, 늘 그 자세의 안녕을 깨우는 것은 밥이다.

손가락 끝을 모아 한 조각 떼는 것처럼 앞 발을 앞으로

쭉 뻗고, 단봉 낙타처럼 등을 솟구쳐 세우고, 온 몸의

관절에 붙은 근육들을 늘어뜨리며, 한 덩어리 안녕으로

부터 뚝 떨어져 나오는 고양이,


종일 주무르고 치대고 패대기 치고 으깨고 늘어뜨리는

가장 단순한 반죽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우면

온몸이 붓듯이 오롯이 부풀어 오른 덩어리 속으로

다만 육체인듯 침잠하여, 생각의 밀도를 늘어 뜨리고

소록소록 잠이 든 틈새로 꿈이 스며드는


그들의 자세를 흄내내며

티스푼 끝의 손톱만큼도 이스트가 없어, 나는

오늘도 소주 한 병을 사들고 퇴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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