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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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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4회 작성일 22-01-04 10:09

본문

시선(視線)


해는 사뿐사뿐 걸어서

시선을 산 위에 걸었다

마주 보니 눈이 부시다

바다채소같이 산 아래 눈빛의 줄기가 자란다

우리는 서로 불이 번쩍거리는

우물을 들여다본다

뿌옇게 센 낮달의 계수나무다발이 쌓였고

보리밭이 길게 이어져있다

우묵한 구름 웅덩이에 지난밤 달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살수록 선명해지는 뚜렷한 선()들이 있다

그것들은 처음부터 지켜야 할 것들이었다

망각에 이어 퇴락에 이르기까지

선들을 넘으며 낮과 밤이 이어져구나

손 타서 길들은 고양이들이 문 앞에 쪼그리고 있다

그 시선은 야성을 잃고 여러 개의 태양에 버무려져있다

무중력에 척추를 늘이듯 기지개를 켜면서

먹이를 물고 햇살이 내리는 양지(陽地)를 따라간다

고양이들은 주인 아닌 밥 주는 일꾼을 만나

몇 가지 편한 동작만으로 일생을 살다 가겠다

햇빛과 일용한 양식, 한낮동안의 취한 잠을 부르는 느긋한 휴식,

야성을 발휘할 필요가 없으니 동정을 부르는 울음과

천성의 애교(愛嬌) 속에 있다

어제 오늘 친숙하다

우리는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며 선을 침범하여 넘으며 길들여졌다

해에게도 나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제 길이라 여겼던 선택의 길이 이제 선처럼 얇게 지워졌다

이제 선만 넘지 않으면 모든 공간이 공감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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