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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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기정* / 백록
한라산마저 시야를 가려버린 군산軍山아래로 드러난
너른 평원
난드르
용왕이 난 들이라
난드르
그야말로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대평마을
그 포구엔
바다와 섬의 경계를 지키는 철통같은 기정의 기상氣像들이 덤빌 테면 덤비라는 듯
웅장한 위세로 도열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늘에 닿을 듯 깎아지른 절리의 벼랑이 마치
30척 장수들이 군단의 병력으로 무장한 것처럼
영실기암의 오백장군이 어쩜
한라의 근위대인 것처럼
이를 보는 이
박수를 아니 보낼 수 없다
잘 보라!
이 근처에서 억겁을 지켜보는 바다도 툭하면 파도를 보내
박수를 치고 있잖은가
철썩철썩
천년만년을 구르는 자갈들도
자르륵자르륵
더욱이 일몰이 가까워지면
여기를 비추는 하늘도
하냥, 울긋불긋
감동의 표정을 짓고 있지 않던가
가까우면서도 어느덧 먼 옛날
여기에서 장이 서는 화순을 가려면 군산을 피해 먼 길을 돌아서 가야만 했다
군산의 기슭을 가로지르는 길이라면 오직 소나 말들이 다니는
ᄆᆞᆯ질*이 있었을 뿐
그야말로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는
아리랑고갯길
어느 할망이 기름을 팔러 화순으로 다니기 위해 골갱이*로 산길의 바위를 쪼아가며 길을 만들다
그만 산기슭 절벽으로 추락사하고 말았다는데
그 뒤 송씨 하르방이 죽은 할망의 작업을 이어 곡괭이질을 더하여 지름길을 완성했다는데
이른바 쪼아 만든 길이라 해서 이곳 사람들
'조슨다리'라 불렀다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새 활짝 열린
대평마을
난드르
그곳엔
박수기정 같은 나의 근친 고모님이 살고 있다
백수白壽를 기꺼이 넘긴 고목처럼
파란만장한 사연을 품고
죽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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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기정은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로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 ᄆᆞᆯ질은 말의 길
* 골갱이(골괭이)는 호미를 뜻함. 제주에서 낫을 호미라 칭함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탐라국의 옛이야기를
동치미 맛 내듯 맛깔나게 엮으셨습니다.
많은 것을 담고 갑니다.
여여 하십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
짝짝짝~~~~~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약 50년쯤 되었을까 싶네요
비탈진 마을 운둔의 대평이 그 이름처럼 활짝 열렸답니다
어느덧 외지인들의 마을로 변이해버린 듯
김 인수님의 댓글

문장을 미드미컬하게 맛깔스럽게 몰아가는 솜씨는
대단하십니다.
해박하신 깊음으로 문장을 폭넓게 구사하는 문의 행간에서
공부 잘 하고 갑니다
날씨는 따스한데 바람이 산몰랑에 고봉 쌀밥을 먹고 왔는지
손가락이 떨어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미드미칼이 뭔가 싶어 찾아봤네요
ㅎㅎ
그냥 있는 그대로 옯겨본 글일 뿐입니다
산몰랑에 고봉 쌀밥이라~
제주어로 바꾸면
메ㅁ.루에 고봉 곤밥///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