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과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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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371회 작성일 22-01-20 13:48본문
파장과 아버지
초저녁 하늘에 씻나락 같은 별 뜨고 마당가 살구나무 두 뼘 위에 하루살이가 파먹고 버린 초승달 뜨면
파시 된 오일장 장바닥에 꼬리 잘린 발자국은 난해한 문장을 수놓고, 진물린 상처마다 핏빛이다.
폐허처럼 쓸쓸한 오일장 뒷골목 대폿집 앞에서 가슴에서 갈치 속 젖 냄새가 나도록 아버지를 기다리면
장바닥 뼈다귀들이 떠돌아다니는 파장은 질퍽했던 오늘을 삼키고 또 하나의 신비로운 다음 장을 반죽하고
무릎뼈가 무너져 내릴 즘 술집 안쪽 풍경에 짜증 난 눈을 섞는다.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친듯한
양은 주전자에 아버지가 매달려 있고, 연탄불에 노릇노릇한 금풍셍이를 해부하고 있다.
초승달이 몰락할 때쯤 풋고추 냄새 가득한 입을 흠치며 비틀걸음으로 나오는 아버지 청산리 벽계수야 상처 난
목소리에 사금파리가 성대를 긁는다. 아버지는 늘 잔잔한 세상 물결에도 부력을 잃고 주막거리를 거닐며
쓰러진 서당 훈장의 칼칼한 목청을 뽑는다.
댓글목록
여보세요죽선이지죽선아님의 댓글
여보세요죽선이지죽선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눅눅했던 선술집 바닥에 나부끼는 비릿한 파벽토처럼
자신의 고통마저 저 시퍼런 마리아나 해구 속에 봉인한 채 살다가신 나의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좋은 시,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님.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붓끝이 칼칼하게 선 문장으로 주신 댓글에
눈빛을 세우고 읽습니다
시인님의 시 몇 편을 읽었습니다. 놀라운 어휘 구사에 감동이였습니다
부족한 글에 고운 말씀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처난 성대를 사금파리로 긁으면 나는 소리로 시를 쓰신 듯...
편편 족족 좋습니다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니까
그 구덕을 헤어나지 못하는 문장, 속력이 미진하여
떡칠이나 합니다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그런 의미가 아닌데
너무 심각하여 성대 속을 파고들어갔는디...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운 시인님 별말씀 다하십니다
요즈음은 글에 집중도 되지 않고, 오래전에 써둔글을 올리는데
마음에 차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ㅎㅎ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타깝습니다. 희양님의 언어가 이렇지 않았는데요... 물론 좌절은 있지만
자신의 창작을 죄절로 꾸미면 진실되어 보입니다.
자신의 문학을 하세요...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삼생이님 오랜만입니다
제글의 모자람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삼생이님이 불편한 점이 있었다니 다시 글을 돌아보겠습니다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일장을 통하여 옛날 삶의 고난이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 집니다
마음이 깊이 아리도록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건 순수한 삶의 노력처럼 느껴지는 우리들의 노래 입니다
감사 합니다.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찍 철들어버린 어린 아들
아버지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고, 무섭기만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슴 아리게 시절의 둔각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이듭니다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 아버지 마음이 읽어집니다
공감의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점점 희미해 지고 있어요.
시인님 시를 통해 아버지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시에서 왜 울 아버지 냄새가 나는지... ㅎㅎ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희양 시인님.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치요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옛날에는 해독되지 않던
아버지가 가슴 아프게 읽혀오지요
공감해주신 고운걸음 감사합니다 이장희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