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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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7회 작성일 22-01-23 09:55본문
봄의 조짐 / 백록
眼
산과 바다, 그리고 바싹 마른 들녘 이런저런 틈새로
봄의 조짐이 비친다
耳
때마침, 여기는 대한의 기슭
봄의 소리가 들린다
鼻
입춘이 코앞이다
어디선가 지난날의 구수한 냉잇국이며
향긋한 달래무침이 얼씬거린다
舌
입안으로 봄의 기운이 기웃거린다
설레는 혓바닥을 유혹한다
어느새 군침이 돈다
身
한동안 움츠렸던 몸뚱아리
나른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꿈틀거린다
意
회춘을 맞으려는 듯
귀뚜라미 살던 이명의 터무니로
새들의 소리 들락거린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소리소문없이 환생하고 있음이다
애기동백 꽃진 자리로 어느덧
새 열매 맺히듯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승천가昇天歌 / 백록
봄비 같은 기운이 샛바람 속 먼지처럼 매우 가냘프게 내린다
그럭저럭
이슬 떨어지는 생각에 잠기며 걷는다
그렁저렁
그런저런 행간이 은어들 노닐던 물가를 서성인다
용비어천가 같은 소낭들과 월인천강지곡 같은 폭낭들이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는
여기는 한바당 대장경을 한바탕 품은 한오백년 같은 개끝
그야말로 한라의 정기가 어슬렁거리는 기슭
승천의 기운이 그윽하게 무르익은 곳
달빛 떨어지는 월대천이다
가만히 보노라니
세월을 낚던 태공太公의 표정이 언뜻
은어銀魚처럼 어룽거린다
마침, 지나치는 여자의 모습에서
김삿갓과 말씀을 주고받던
처녀 뱃사공의 노래가 비친다
나는 어느덧 망망대해 풍선風船이 되어 이 섬을 향하고 있었다
저기 저 멀리 오백 년 묵은 이무기들
소낭과 폭낭의 기세로 꿈틀거리고 있다며
저기가 바로 여기구나 싶다며
한참을 멍때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