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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은 하수가 되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22-01-31 06:44

본문

세느강은 하수가 되어 

       / 나싱그리


오후가 되면

막걸리 내음 질펀한

그들만의 서식지엔

고만고만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책은 인생을 말해 주지 않았기에

술로 인생을 배우려는지

주거니 받거니

밤마다 세느강은 엎어져 

하수가 되어 흐르고

미래는 저마다의 처세술과 함께

세파에 흔들리며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날도 마음씨 털털한 주모가 건네준

외상 장부에 올린 삶

더러는 다음달 향토 장학금에 기대를 했고

빌붙는 것도 한두번이지

서식지를 벌써 떠났어야 할

나잇살 먹은 선배들이

기웃기웃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나름

대기만성을 기대하는지도 모르겠으나

당시엔 뭐 하나 이룬 것 없이

참 한심하고 딱한 인생들

아이들의 티 없는 눈을 닮고 싶다던

한 친구가, 취기에

한 방 먹였다

여기 모인 니들, 다 똥대가리들!

수십 년을 세느강이 되어 흘러도

귓가에 쟁쟁한 그 목소리...

오늘도 내 자신에게 반문한다,

너는 그때 이후 지금까지

대기(大器)는 고사하고 작은 그릇이라도 되어

진정 똥을 비우고 빛을 채워 보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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